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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KDB산업은행의 역할론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고 나서자 총선을 마친 여야도 정부를 향해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형국이다.
21일 정부 여당은 기업구조조정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산업은행을 통해 조달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산업은행의 곳간이 텅 비어 있다는 데 있다. 산업은행은 이미 지난해 기업구조조정 등으로 약 2조원 규모의 순손실을 냈다.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의 부실로 인한 대손충당금 규모는 상당했다. 올해도 회사채 시장이 얼어 붙으면서 부실기업들의 국책은행 의존도가 높아진 데다 조선·해운업의 경기가 회복되지 않아 적잖은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 매각 등 자회사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력 확충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정부 여당은 사업 재편,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총선 공약으로 자금조달책을 1순위로 제시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이른바 한국판 양적완화로 산은에 자금을 투입하기 위해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 산은의 채권을 매입하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이는 한국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하고 있어 새누리당은 한은법 개정을 약속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총선 참패로 어려워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기업 구조조정 자금 확보를 위한 한은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한 정부관계자는 "한국판 양적완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이 핵심"이라며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 등을 통해 실탄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단지 한국은행의 발권력만 빌리지 않을 뿐이지 기본 기조는 달라질 게 없다는 의미이다.
국책은행의 후순위채를 발행도 거론되고 있다. 후순위채는 일반 채권이지만 보완자본으로 인정돼 자기자본비율을 높일 수 있다. 변제순위는 일반채권 뒤이나 우선주, 보통주보다는 우선시 된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산업경쟁력 강화 및 구조조정 협의체'를 열고 조선ㆍ해운ㆍ건설ㆍ철강ㆍ석유화학 등 5개 취약업종의 구조조정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구조조정을 당장 추진하는 데 있어서 당장 '실탄'은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구조조정이라고 해서 자금 지원이 계속 들어가는 게 아니"라면서 "규모에 따라 대출금에 따른 상환유예, 출자전환, 금리인하 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이를통해 회사가 당장 지급해야할 자금이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구조에 대한 재편도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며 "산은채나 후순위채 발행 등이 거론되는 점은 자기자본비율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BIS 비율 관리 차원에서 나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
정치권에서는 모처럼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전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본질적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정부의 구조조정에 찬성하면서 이에 전제조건으로 실업대책 마련과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 지원 불가를 제시했다.
그는 "부실기업에 돈을 대서 생존을 연장시키는 식의 구조조정은 다시는 반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실업 문제를 사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정부가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구조조정을 넘어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이대로 가면 경제가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에서는 구조조정이 전문영역인만큼 정치적 논리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경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실업자 대책 마련이 쉽지 않은 데다가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와 여당 탓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