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효과 '세계무역' 위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보다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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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한진해운


    올해 8월까지 세계무역액이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저성장과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무역액이 2년 연속 줄어든 것이 이유다. 한국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2계단 낮은 세계 8위로 추락했다.

    14일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주요 71개국 간의 무역액은 19조3530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20조2930억달러)보다 4.6% 감소했다. 

    1∼8월 세계무역액은 2014년 23조410억달러를 정점으로 지난해 전년 동기 대비 11.9% 급감한 데 이어 올해도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일어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수출도 급감하면서 71개국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국가에서 수출이 줄었다. 세계적으로 1∼8월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액은 4.4% 하락했다. 지난해에 비해 감소세가 둔화했지만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특히 중국의 무역규모가 줄어들면서 한국과 대만 등의 아시아 일부 국가들의 수출이 크게 감소했고,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산유국들의 타격도 컸다. 세계 최대 수출대국 중국의 수출 감소율은 전년 1∼8월 -1.7%에서 올해 같은 기간 -7.2%로 커졌다. 한국도 같은 기간 -6.4%에서 -8.8%로 올해 들어 부진의 골이 깊어졌다.

    다른 아시아 국가의 올해 1~8월 수출 감소율을 보면 인도네시아(-10.3%)가 가장 컸고, 싱가포르(-8.2%), 대만(-6.6%) 등도 5%가 넘는 감소 폭을 나타냈다. 세계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1∼8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7% 급감했고, 또다른 산유국인 노르웨이(-20.8%)와 카자흐스탄(-28.6%)도 감소율이 20%를 웃돌았다.

    한국의 순위도 하락했다. 올해 1∼8월 수출 세계 1위는 중국(1조3524억달러)이었고 2∼5위는 각각 미국(9505억달러), 독일(8898억달러), 일본(4169억달러), 네덜란드(3687억달러)가 차지했다.

    하지만 한국(3223억달러)은 프랑스(3301억달러)와 홍콩(3279억달러)에 밀려 지난해보다 두 계단 낮은 8위로 떨어졌다. 9위는 이탈리아(3034억 달러), 10위는 영국(2672억 달러)이었다.

    세계무역은 향후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자 2위 수출대국 미국 대통령에 보호주의 무역을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취임후 100일 동안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에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을 공식 포함하면서 세계 1위 수출대국 중국을 향한 무역전쟁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폐기도 추진 중이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TPP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RCEP은 중국이 미국 중심의 TPP에 맞서 추진한 자유무역협정으로 현재 한국, 일본,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등 1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WTO는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올해 글로벌 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2.8%에서 1.7%로 하향 조정했고, 내년 전망도 3.6%에서 1.8∼3.1%로 낮춰 잡았다. 또 지난 10일 발표한 반기보고서에서 전 세계 무역규제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며 각국은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수입장벽을 없애라고 촉구했다.

    한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20간 도입된 무역규제는 1263건으로 특히 2010년 중반 381건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고 WTO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