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시장, 한국지엠·르노삼성 '준중형' 공략中 소형차 혜택 종료 피해 우려
  • ▲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뉴데일리
    ▲ 현대·기아차 사옥 전경.ⓒ뉴데일리

     

    현대·기아차의 내년도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판매 부진 회복을 위해 신차 출시 등 확고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지만, 내수 경쟁 구도와 해외 경영환경 불확실성 등 불안요소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내년에도 업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향한 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의 공세가 거셀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시장상황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 판매의 경우 현대·기아차는 내년 최소 7종의 신차를 출시해 판매 부진을 해소한다는 전략이지만 경쟁사 역시 거센 저항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현대차는 내년 쏘나타 부분변경, 그랜저IG 하이브리드, 제네시스 G70, 새로운 소형 SUV 등을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올해 한국지엠 올 뉴 말리부와 르노삼성 SM6 출시로 부진을 겪은 쏘나타의 부분변경 출시를 통해 '국민 중형차' 위상을 되찾을 계획이다. 또 최근 출시 이후 인기를 끌고 있는 그랜저IG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여 준대형 차급의 친환경차 수요까지 끌어들인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막내가 될 G70 역시 출격을 준비 중이다. 럭셔리 스포츠세단으로 벤츠 C클래스, BMW 3시리즈 등이 포진된 4000만원대 세단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없었던 소형 SUV급 모델도 출시된다. 국내 소형 SUV 시장은 10만대 규모로 급성장한 차급으로 현대차가 뛰어들 경우 최강자인 쌍용차의 티볼리, 기아차 니로, 르노삼성 QM3, 한국지엠 트랙스 등과 격전이 예상된다.


    기아차는 연초 신형 모닝 출시를 통해 한국지엠의 스파크로부터 경차 판매 1위 자리를 탈환한다는 전략이다. 이어 유럽에서 먼저 선보인 신형 프라이드로 소형차급 공략에 나선다. 또 4도어 스포츠쿠페 CK(프로젝트명)도 내놓을 전망이다. 


    이에 맞서 한국지엠은 준중형 세단 크루즈 풀체인지를 통해 아반떼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다. 한번 충전으로 383㎞를 달릴 수 있는 순수전기차 볼트(Bolt)도 출시할 방침이다.


    르노삼성 역시 르노의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클리오는 유럽에서 폭스바겐의 골프와 경쟁구도를 만들고 있는 인기모델이다.


    여기에 SM3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르노의 메간 세단인 SM3 후속으로 국내에 출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SM6, QM6에 이어 '짝수' 성공신화를 잇기 위해 SM4란 차명으로 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볼륨차급인 준중형 세단시장에서 아반떼, K3, 크루즈, SM3 후속이 치열한 공방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쌍용차는 대형 SUV인 렉서스W 후속 출시를 통해 현대차의 맥스크루즈, 기아차의 모하비와 경쟁구도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쌍용차는 티볼리에 이어 렉서스W 후속을 통해 회사의 성장 모멘텀을 다진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내수 시장에서 경쟁업체의 강력한 도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불안요소가 떠오르고 있다.


    우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호무역주의를 관철할 경우 NAFTA와 한미 FTA 관련 불확실성을 배제하기 힘들어진다.


    특히 현대차의 경우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제네시스는 전량 국내 생산돼 미국 관세가 부활하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게 된다.


    멕시코 공장의 역할이 중요해진 기아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멕시코 공장은 북미향 K3가 생산되고 있고, 내년부터 K2도 이관될 예정이다. 따라서 트럼프가 공언한 것처럼 멕시코로 수입되는 제품에 최고 35% 관세가 부과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여기에 한미 FTA 재협상으로 관세가 부활하면 향후 미국 공략이 기대되는 니로, CK 등의 수출에도 부정적 전망이 예견된다.


    또 내년 미국시장은 금융위기로 인한 대기수요 소진과 금리인상 영향으로 1748만대 규모로 올해보다 0.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도 문제다. 올해 중국 시장은 전년도 기저효과와 배기량 1.6리터 이하 차량에 대한 취득세 인하 효과로 전년 대비 호조세를 보였지만, 연말로 취득세 인하가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중국 정부가 내년 1.6리터 이하 차량에 대한 취득세 인한 정책을 현행 5%에서 10%로 복귀시키거나 7.5%로 소폭 상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소형차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펼치고 있어 이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최근 준공한 현대차 창저우 공장의 경우 소형차 '위에나'를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짜고 있다.


    문용권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중국공장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신흥국 생산회복만으로 전체 생산감소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중국 실적이 내년 현대차의 실적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내년 불확실성 요소가 두각을 나타내면서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목표치를 2년 연속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연간 판매 목표치를 820만대로 잡았지만 실제 판매는 801만5745대로 목표달성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올해는 813만대로 목표치를 낮췄지만 지난달까지 총 706만8013대 판매에 그쳐 사실상 목표달성은 힘들게 됐다. 따라서 업계는 현대·기아차가 올해 실적을 반영해 실현 가능한 수치로 내년 목표를 낮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내년 내수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글로벌경영연구소는 '2017년 자동차산업 전망'을 통해 내년 내수 시장의 수요를 176만대로 전망했다. 이는 올해 전망치 180만3000대보다 2.4% 줄어든 수준이다.


    연구소는 "올해 자동차 판매가 전망치인 180만대조차 넘기 힘든 상황"이라며 "내년 신차 출시 등 긍정적 요소가 있지만, 정부의 신차 구입 지원 정책 종료, 가계부채 상승,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수요가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