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환 전 롯데피에스넷 대표, '네오아이피씨-롯데기공' 5% 마진률 제시서 상무 "40만원 마진 제한 들어본 적 없다" "사업 참여 적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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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 총수일가의 경영비리 4차 공판에서 서완규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 상무가 증인으로 출석, 롯데기공의 배임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했다. 특히 롯데기공의 마진율 관련해 장영환 전 롯데피에스넷 대표의 주장을 반박하며 몰아세웠다. 서 상무는 롯데피에스넷이 ATM기 제작업체 선정 당시 롯데기공 신사업개발팀장으로 근무,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해 누구보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10일 신동빈 롯데 회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4차 공판에서 당시 롯데기공 신사업개발팀장이던 서완규 롯데알미늄 상무의 증인 심문이 진행됐다. 


    신 회장의 변호인 측은 "서완규 증인은 2008년 당시 롯데기공이 어떤 경위로 ATM 개발에 참여했고, 어떤 역할을 수행하게 됐는지 그 과정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증인"이라며 "증인을 통해 장영환 전 롯데피에스넷 대표가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했는지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또 롯데기공이 ATM 개발·제작 과정에서 아무 한 일 없이 이름만 끼워넣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 "증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부분인 만큼 롯데기공이 계약 당사자로 직접 계약했고, 이후 책임까지 지게 된 사태에 대해 증언하도록 하겠다"고 첨언했다.

     

    서 상무는 롯데기공의 ATM 제작과 관련, 김선국 전 롯데그룹 정책본부 부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이후 관여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이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김 전 부장으로부터 "ATM 관련 사업을 진행하려 하는데 상의를 하고 싶다"는 취지로 연락이 왔다는 설명이다.


    서 상무에 따르면 김 전 부장은 이후 서 상무를 따로 만나 "2013년까지 3000대 이상의 ATM을 순차적으로 제작·설치할 예정"이라며 롯데기공의 ATM 생산이 가능한지 물었다.


    이에 서 상무는 "제작에서 론칭까지 1년이 채 안되는 상황이라 당장은 생산이 어렵다"고 말했다. ATM과 유사한 자동판매기를 처음으로 제작·생산했을 때도 2년 정도 걸렸는데 ATM은 돈을 취급하는 장비이기 때문에 단기간에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


    당장 제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음에도 롯데기공이 ATM 사업에 참여한 계기에 대해 서 상무는 "시장조사도 진행해 봤지만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어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때 김 전 부장이 그룹 내부에 3000대 정도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캡티드 거래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캡티드 마켓은 그룹 내부에 수요가 있는 시장으로, 제작되는 ATM이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 그룹 내 계열사에 설치된다는 말에 "직접 제작은 힘들더라도 내부 수요가 있고, 당시 신사업개발을 맡고 있는 실무 책임자였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여 처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네오아이피씨 측에 롯데기공 인천공장의 여유 공간 무상임차 제안에 대해 "원가를 낮추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네오아이피씨가 롯데기공 공장에 들어와 일하면 ATM 부품들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가까이서 파악할 수 있어 롯데기공 개별 ATM 제작 시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답해 향후 롯데기공의 ATM 개별 제작 의사가 있었음을 피력했다.


    특히, 이날 변호인 측은 롯데기공의 배임을 주장한 장 전 대표 증언의 신빙성에 의혹을 제기했다.


    변호인 측에 따르면 장 전 대표는 롯데기공과 ATM 제작업체 네오아이피씨 사이의 납품 계약 과정에 마진을 5%로 제한하고 최종 1995만원에 협의를 마무리 하자 돌연, 롯데기공을 향해 40만원의 마진만 남기기로 했는데 85만원의 마진을 남기는 것은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서 상무는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는 "장 전 사장이 직접 5% 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나. 5%면 100만원 정도 마진인데 40만원 얘기는 들어본 것도 없다"고 말했다.


    판사가 통상 10% 내외의 마진을 남기는 롯데기공이 장 전 대표의 5% 마진율에 10%를 주장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서 상무는 "5%, 10%의 마진 문제는 장 전 대표가 말 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오아이피씨와 개별 협상할 문제이기 때문에 장 전 대표가 얘기한 5%는 그의 생각일 뿐, 그와 협상할 문제는 아니기에 얘기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롯데기공은 아무일도 수행하지 않고 ATM을 구입해 팔기만 하는 데 마진을 남기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계약 당사자로서 품질도 보증하고 하자도 검증하고 계약이 깨질 경우 리스크도 감당해야 한다. 품질이나 시장 클레임은 롯데기공이 책임지는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또 서 상무가 2008년 12월 경 김기진 네오아이피씨 사장에게 보낸 이메일을 증거로 제시했다. 해당 이메일은 검찰 측이 지난 공판에서 신 회장이 롯데기공을 ATM 사업에 끼워넣기 한 결정적인 증거라고 주장한 이메일이다.


    앞서 검찰은 이메일 상 '이 프로젝트에서 롯데기공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부회장(현 신동빈 회장)의 지시로 롯데기공이 참여하는 형상입니다' 등의 표현을 들어 롯데기공이 신 회장의 지시로 ATM 사업에 끼어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김 전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낸 당사자인 서 상무의 증언을 토대로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다.


    서 상무는 당시 김 전 사장에게 이메일을 보낸 이유에 대해 "롯데피에스넷의 요청 중 가장 중요한 게 원가 검증이었다. 피에스넷이 원하는 금액에 ATM을 받아야 하고 네오아이피씨도 원하는 금액에 ATM을 넘기려 하는데 그 중간에 롯데기공도 마진을 남기려면 원가 내역을 정확히 알아야 해서 네오아이피씨에 원가 내역을 보내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원가 자료 요청을 그 동안 수시로 했으나 네오아이피씨에서 응하지 않았고, 롯데기공이 처음에는 ATM 제작 과정에서 많은 역할을 하려 제안했으나, 대부분 거절 당하고 금융 투자로 역할이 축소됐기 때문에 원가 검증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어서 '이 프로젝트에서 롯데기공의 역할을 지극히 제한적입니다'라는 표현을 했다는 설명이다.


    '부회장의 지시로 롯데기공이 참여를 하는 형상입니다'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윗사람의 이름을 방패 삼아 협조를 얻으려는 마음이 있는데 이와 같은 맥락"이라며 "김 전 대표 역시 부회장이 롯데기공의 ATM 제작 여부를 물어보면서 시작된 프로젝트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부회장을 언급해서 일의 원만한 진행을 바란 취지였다"고 말했다.


    반면, 검사 측은 "증인이 말하다시피 롯데기공은 ATM 제조할 수 없고, 참여 명분도 뚜렷하지 않아 특별한 역할이 없어 빠지는 게 맞지 않냐. 물건을 사서 납품하는 일은 롯데그룹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할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서 상무는 "롯데그룹 계열사만 90개가 넘는다. 그 중 롯데기공은 유일한 장비 제조 회사다. 그렇기 때문에 신 회장이 처음 롯데기공이 ATM을 제작할 수 있느냐고 물었을 것"이라며 "롯데제과에 ATM 제작 여부를 묻진 않았을 것아니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공판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황각규 롯데그룹 경영혁신실장, 강현구 전 롯데홈쇼핑 사장, 소진세 롯데그룹 사회공헌위원장 등 피고인 4인이 모두 참석했다.

     

    롯데그룹 배임 관련 5차 공판은 오는 12일 같은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