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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퇴임 후 차기 이사장 인선이 본격화되면서 또 다시 ‘낙하산’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 노동조합은 지난 7일 거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유흥열 전 노조 위원장이 차기 이사장직에 입후보했음을 밝혔다.
이와 함께 노조 측은 기존에 유력 휴보로 선임된 타 후보들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들이 모두 이전 정부의 ‘모피아 세력’ 내지는 무능함으로 직원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인사들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거래소는 앞서 지난 4일 오후 차기 이사장 후보 모집을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사장 후보로 외부 인사로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을 비롯해 내부 인사로 김재준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예상해 왔다.
통상 외부 인사들이 임명돼 왔던 주요 공기업 이사장직에 내부 인사들이 다수 거론되는 이유는 전임 정 이사장이 낙하산 인사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 측에서는 김광수 전 원장을 비롯한 나머지 내부 인사들도 모두 과거 지나친 친정부 성향에 무능함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이다.
거래소 노조는 지난 7일 성명서에서 “유력하다는 후보는 구태의연한 관피아 낙하산이고 여기에 무능하거나 부도덕한 내부임원 출신 지원자들까지 부화뇌동하고 있다”며 “새 정부에서 금융혁신은 커녕 지난 10년 적폐청산이나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아울러 노조 측은 이사장 선임 절차 자체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나섰다.
노조는 “후보 추천위원 9명 중 5명이 박근혜 정권에서 선임된 사외이사며 나머지 4명도 규제 대상인 금융투자업자, 상장법인 임원이기에 관료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다”며 “궁극적 선임권자인 주주들은 누구를 왜 추천하는지 최소한의 정보도 없이 주주총회가 소집된다”고 꼬집었다.
이동기 거래소 노조 지부장은 “최고경영자를 선출할 때는 내부에서 선출할지 외부에서 공모받을 것인지, 내부에서 선출할 경우에는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 정해져 있어야 맞다”며 “미리 공개하고 후보자를 찾으면 시민사회, 언론에서도 검증이 가능하고 토론도 가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력한 후보로 언급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서도 여전히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어 만약 이들 중 한 명이 차기 이사장으로 결정될 경우 정 이사장 때와 마찬가지로 ‘노사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김광수 위원장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긴 했지만 도덕적 책임은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이후 로펌, 미래에셋대우 사외이사 등으로 들어가면서 이전 정부의 혜택을 이끌어 왔다는 정황이 보인다”고 주장했다.
거래소가 ‘적폐청산’을 내세우며 언급되고 있는 내부 인사들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그는 “김재준 부이사장은 정부가 ‘상장을 활성화’하라고 요구했다는 이유로 기업들을 무분별하게 상장시켰고 지금 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며 “함께 언급되고 있는 최홍식 전 위원장도 지난해 ‘코데즈컴바인’ 사태가 일어났을 때 제대로 처방을 내리지 못하는 등 무능함을 보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편, 거래소 노조는 향후 이사장 선임 절차에 대한 지적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지부장은 “오는 13~14일경 후보자에 대한 ‘숏 리스트’가 나올 것”이라며 “숏 리스트가 정해지면 그 대상자를 중심으로 시민단체, 국회와 함께 철저한 검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주주총회에서 부적절한 인물을 선출하는 것을 노조가 막지 못할 경우 출근 저지, 내부 쟁의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