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부채 187%… 전년 대비 17.4% 증가총차입금 13% 감소… 이자비용 11.7%↓수주잔액 해외 1.47%‧플랜트 7.57% 감소
  •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뉴데일리경제 DB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뉴데일리경제 DB

    현대건설이 '재무통'을 수장으로 앉히자마자 효과를 보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과 잠재 리스크 감소로 재무건전성이 한층 강화된 것이다. 다만 해외매출과 수주가 줄어들고 있는 탓에 외형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0일 사업보고서(별도 기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현대건설 유동비율은 유동부채가 줄어들면서 전년 169%에 비해 17.4% 증가한 187%로 나타났다. 이는 시공능력평가 상위 11개 건설사 가운데 가장 많이 개선된 것으로, 현대산업개발 189%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11개사 평균 유동비율은 126%에서 121%로 4.87% 하락했다.

    부채비율도 부채총계가 16.3% 감소하면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16년 말 130%에서 108%로, 22.6%p 개선됐다. 현대엔지니어링 -30.5%p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감소폭이다. 이 기간 11개사 평균 부채비율은 125%로, 전년대비 18.5%p 줄어들었다.

    장기차입금과 사채 감소로 총차입금 규모도 13.0% 감소해 차입금의존도 역시 22.7%에서 19.5%로 낮아졌다. 또 차입금 등 부채가 줄어들면서 이자비용도 11.7% 감소했다. 줄어든 이자비용으로 이자보상배율 7.78배를 기록했다.

    잠재 리스크를 줄이면서 건전성 강화도 도모했다. 지난해 말 기준 매출채권과 미청구공사액은 각각 1조9663억원·2조8964억원 규모로, 전년에 비해 23.0%·19.4% 감소했다.

    재무건전성 강화에는 올 들어 현대건설 새 수장으로 발탁된 박동욱 사장 역할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월 현대자동차그룹 인사를 통해 신임사장에 오른 박 사장은 1962년생(56세)으로,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현대건설에 입사했다.

    1999년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겨 재무관리실장(이사)·재무사업부장(상무)·재경사업부장(전무) 등을 지냈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후인 2011년 4월에는 재경본부장(전무)으로 복귀해 이듬해인 2012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6년 만에 사장자리에 올랐다.

    재직기간 동안 현대차그룹과 현대건설 재무 관련 업무를 도맡아 왔던 만큼 그룹 내 최고 '재무통'으로 불린다. 국내외 자금흐름에 해박한 것은 물론 현대건설의 국내외 현장 재무상황을 꿰면서 꼼꼼한 일처리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증권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은 연초 이후 저조한 4분기 발표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발주시장 개선에 따른 기대, 4월 남북 정상회담에 따른 경협 수혜 및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발표에 따른 시장 우려 해소 등 다양한 호재를 안고 있다"며 "'재무통'이 사장자리에 앉으면서 탄탄해진 재무구조에 이 같은 호재들이 긍정적으로 작용, 실적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해 4분기 시장기대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을 거뒀던 주요 요인인 해외부문 부진이 해결돼야 할 숙제로 꼽힌다. 표면적으로는 원화강세 영향에 따른 환손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지만, 해외 주요 현장의 보수적 회계처리로 해외 원가율이 상승한 것 역시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금융감독원 회계감리를 받고 2013~2016년 4개 회계년도 사업보고서를 일부 수정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지난해 말 해외현장 위주로 원가율 등을 재점검하고 가급적 보수적 회계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모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결기준 해외부문 원가율이 전년대비 악화됐다"며 "이는 특정 프로젝트에서 예상치 못한 추가손실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해외 매출채권에 대한 보수적인 회계처리를 함으로써 원가율이 다소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해외 플랜트·전력 매출은 전년 보다 29.0% 줄어들었으며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35%에서 28%로 감소했다.

    수주잔액에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수주잔액이 1.47% 감소한 가운데 플랜트 수주잔액이 7.57% 줄었다. 

    문제는 현대건설 매출의 20%가량을 책임지고 있는 중동·아프리카 발주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지역은 예맨 내전으로 갈등을 겪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국제유가 전망에 이견을 보이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가 파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감산 합의가 파기될 경우 회복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하게 되고 이는 중동 지역 수주 감소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전반적인 업황 불황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현대건설을 비롯한 대형건설사들이 한꺼번에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며 "가진 것을 잘 지키고 리스크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건설의 전반적인 수주잔액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GTX-A노선·사우디 원전·영국 무어사이드 등 가시화된 프로젝트들을 갖고 와야 비로소 내실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다 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