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캠퍼스-북한 분교-DMZ 캠퍼스 등 추진황준성 숭실대 총장 "평양 숭실 회복하는 날 올 것" 기대
  •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공동선언인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 지난달 27일 판문점 평화의집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공동선언인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남북 관계에 훈풍이 불면서 '북한 캠퍼스' 설립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에 둥지를 틀었던 대학들이 재건 가능성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으며, 북녘땅을 소유하거나 현지에 분교 설치 계획을 발표했던 학교들도 눈길을 끈다.

    4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산대학'인 삼육대, 숭실대는 '평양캠퍼스' 구축을 추진 중이며 이화여대, 배재대는 북한에 분교를 설치하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1897년 윌리엄 베어드 선교사가 평양에서 세운 숭실학당이 전신인 숭실대는 1938년 일제 탄압으로 자진 폐교했지만 16년 뒤 서울에서 재건됐다. 통일교육에 앞장서온 숭실대는 지난해 개교 120주년 맞이하면서 '숭실 4.0 비전'을 발표, 통일이 된다면 '평양숭실캠퍼스'를 재건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 3일 숭실대는 1930년대 평양숭실캠퍼스 주요 건물 모형을 공개하고 가상현실(VR)을 통해 과거 평양캠퍼스를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등을 구축한 바 있다.

    VR 체험존 개막 행사에서 황준성 숭실대 총장은 "가상현실 체험을 하지만 머지않아 평양 숭실을 회복하는 통일의 날이 오리라 믿는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서울 노원구에 자리잡은 삼육대는 1906년 평양 순안에서 설립된 의명학교를 모태로 하고 있다. 1942년 일제 탄압으로 폐교된 의명학교는 1947년 조선합회신학교로 재개교했지만 6·25 전쟁으로 임시휴교됐고 이후 1951년 삼육신학원, 1961년 삼육신학대학, 1992년 삼육대로 교명을 변경했다.

    현재 평양 순안국제공항 자리는 삼육대 전신인 의명학교가 있던 곳으로, 2006년 삼육대는 '순안캠퍼스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평양에 학교 복원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육대 관계자는 "순안비행장에 있던 당시 학교 토지대장, 학적부 등을 가지고 있다. 통일이 이뤄지면 순안에 학교를 재건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에서 재건 위원회를 구성했었고, 삼육대 박물관을 중심으로 복원을 위한 고증을 진행 중이다. 비행장이 있어 복원이 어려울 수 있지만, 평양 근교 등 통일이 되면 빠르게 캠퍼스 구축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숙명여대(숙명학원)와 숙명여중고(명신여학원)는 1906년 서울 종로구에 세워진 명신여학교가 전신으로, 고종 계비인 순헌황귀비가 설립 자금을 지원했다. 2012년 숙명학원은 숙명여고 등 운영과 관련해 별도 법인인 명신여학원 신설로 분리됐지만 이들 법인은 명신여학교로부터 출발했다.

    당시 명신여학교는 대한제국으로부터 황해도 재령군·신천군·은율군·안악군, 경기도 파주, 전남 완도 소재 농경지 약 1000정보를 경선궁, 영친왕으로부터 하사 받았고 1912년 농경지 수익금으로 숙명학원이 설립됐다. 1정보가 현재 9917㎡(3천평)임을 감안하면 큰 규모였다.

    숙명학원 기본재산에 북한 소재 토지가 포함돼 있고, 역사적으로 전답을 하사 받은 부분이 기록된 부분에서 통일이 된다면 어떻게 운영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화여대는 1997년 평양에 분규를 세우기 위한 기금 조성에 착수, 북한학 여성 전문가 육성을 위한 이대 대학원 북한학과에서는 '평양 분교 설립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을 교육 목표로 강조하고 있다.

    2000년 배재대는 학교법인 배재학당이 소유한 강원도 철원군 비무장지대(DMZ) 부지(132㎡)에 제2캠퍼스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다. 해당 부지는 6·25 전쟁 전 매입했던 땅으로 북쪽 경계선 부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학이 분교 설치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지만, 남북 훈풍 모드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배재대 관계자는 "김대중 정부 당시, 북한과 해빙모드에 DMZ 내 부지에 제2캠퍼스에 관광대학을 세운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진행된 부분은 미미했다"고 전했다.

    이화여대 측은 "북한 여성을 위한 교육에 대비한다는 계획은 예전부터 있었다. 1997년 북한 분교 설치가 추진됐었는데 최근 이야기가 나온 것은 없다. 통일이 확실시되면 다시 생각할 부분인 듯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