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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대학별 학위수여식이 진행되는 가운데, 졸업을 앞둔 예비졸업생의 '졸업유예' 고민이 여전하다.
미취업 예비졸업생은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는 졸업유예를 선택할 수 있지만, 잔류 시 등록금 납부라는 부담을 안을 수 있다. 대학의 경우 재학생인 졸업유예생이 각종 지표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자체적으로 기준을 마련, 학비를 징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제난으로 취업 어려움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작 정부는 두 손을 놓고 있다.
교육부는 2016년 12월 '대학 학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으로 학위수여 유예 제도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졸업 유예에 대한 학칙 규정 근거를 마련, 각종 정보공시 지표 등에서 졸업유예생을 산출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 관계자는 8일 "법률로 개정될 내용으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개정이 안 된 부분이 있다. (졸업유예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개정된 다음에야 나올 거 같다. 현재 졸업유예 부분은 대학이 자율로 정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작년 10월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졸업유예제 운영현황 전수조사' 자료에서 지난해 2월 기준 전국 197개 대학 중 130개교가 졸업유예제를 운영 중이며, 졸업유예를 선택한 1만5천여명은 잔류를 조건으로 등록금 약 33억원을 학교에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로 졸업유예자의 학기당 등록금을 살펴보면 A대학은 등록에 대한 조건으로 15만원을, B대학은 30여만원, C대학은 1~3학점 등록에 따른 전체 학비의 6분의 1을 납부할 것을 요구했다. 자체 기준에 따라 졸업유예자에게 등록금을 징수한 것이다.
구인사이트 A사가 지난해 11월 대학 졸업 예정자 4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중 55.0%는 졸업유예를 계획한다고 답했고 인문계열은 70.9%로 사회과학계열(53.2%)·이공계열(48.8%)·예체능계열(47.8%) 등보다 높았다.
유예 이유로는 '재학생 신분이 취업에 유리할 것 같다'라는 응답이 62.9%를 기록했다. 졸업 후 취업 준비가 불리할 수 있다고 내다본 것으로 학비 부담이 있더라도 취업을 위해서 졸업유예를 선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8일 교육부가 발표한 '2016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일반대학 취업률은 64.3%로 전년대비 0.1%포인트 하락, 인문(57.5%)·사회(62.9%)·교육(49.3%)·자연(60.7%)·예체능(62.5%) 등 상당수 계열은 평균치 이하를 기록했다.
취업난이 이어지면서 졸업유예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지만, 이를 위한 제도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졸업을 앞둔 B씨(26·여)는 "취업에서 대학 졸업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고 싶지 않아 유예를 고민하고 있다. 유예를 하게 되면 등록금으로 학기당 40만~5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으로 학원비,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에 빠듯하다"고 말했다.
한 예비졸업생은 "등록금 납부도 피 같은 돈이라 아깝기만 하다. 취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졸업장을 받지 못한 취준생의 심정을 대학이 알고 있나 싶다"고 하소연했다.
대학의 경우 졸업유예생이 재학생으로 포함된 상황에서 전임교원 확보율 등의 경우 학생 수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제도 보완을 호소하고 있다.
C대학 관계자는 "여러 지표에서 졸업유예생이 재학생으로 포함된다. 물론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평가에서는 적은 비율도 크게 작용될 수 있다. 취업난으로 인한 졸업유예자를 제외시키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 측은 "구조개혁 등 대학을 쥐고 흔드는 교육부가, 정작 대학가의 문제를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은 외면한다. 졸업유예자의 등록금의 경우 도서관 이용, 취업 강좌 마련 등을 위한 최소 비용을 징수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정작 대학에 떠넘기는 상황에서 모두를 위한 대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