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생산하며 시작한 'R&D', 평택-강남으로 이어져와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 관심 집중… "올레드 최대 강점 '완벽한 블랙' 구현"
  • ▲ LG전자 HE연구소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 ⓒLG전자
    ▲ LG전자 HE연구소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 ⓒLG전자


"LG 올레드 TV는 단순히 올레드라는 기술적 노하우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준에 걸맞는 화질과 음질을 낼 수 있게 개발하고 시험하는 소프트웨어 노하우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사가 넘볼 수 없는 차별점이 있다"

LG전자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 연구·개발(R&D)의 중심인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 디지털 파크'에는 이처럼 올레드 TV 연구개발에 대한 자부심으로 가득찬 이들이 가득했다.

과거 구미공장에서 라디오를 생산하며 시작했던 LG전자 가전 R&D는 현재 평택 디지털 파크와 강남 R&D센터로 이어져 오고 있다.

강남 R&D센터에서는 웹OS 등의 소프트웨어나 인공지능(AI) 같은 선행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평택 디지털 파크에서는 화질과 음질 등 LG 올레드 TV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이 연구된다.

LG 디지털 파크에서 가장 큰 건물도 화질과 음질을 개발하는 R1동이다. 건축면적만 1만 평이 넘는 이 건물은 축구장 5개 크기와 맞먹을 정도다.

2층에 위치한 화질 개발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까만 암막커튼이 3중으로 뒤덮여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빛이 바로 들어오는 창문을 1차적으로 막고 2차적으로 암막커튼을 또 한번 설치해 측정 시스템 주변을 막는다. 여기에 커튼 윗 틈새로 들어오는 빛까지 차단하기 위해 3차 커튼이 천장에 달려있다.

이렇게 3차에 걸친 가림막 안쪽에는 디스플레이의 특성을 정확히 측정해 압도적인 화질을 만들어내기 위한 대형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Picture Quality Performance System)'이라 부르는 이 기계는 높이가 2미터(m)를 넘는다.

여기에 최대 120인치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부착하고 측정기를 세팅하면 기계가 정면대비 좌우상하 뿐만 아니라, 대각선 방향까지 총 720도를 회전하며 구석구석 화질을 측정한다.

박유 TV화질팀 책임연구원은 "이 측정 시스템은 디스플레이의 휘도(밝기), 명암비, 시야각, 색재현율 등 모델별로 1000개 이상의 세부 화질 특성을 측정하고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화질 자동 측정 시스템을 거치면 올레드 TV의 최대 강점 중 하나인 '완벽한 블랙' 구현이 비로소 가능해진다. 어느 방향으로 회전하며 측정하더라도 변화가 없는 상태가 됐을 때 올레드TV는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올해 LG 올레드 TV 신제품에 적용된 인공지능 화질엔진 '알파9'도 이곳 평택 디지털 파크에서 탄생됐다. 무려 2년 여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알파9은 CPU(중앙처리장치)와 GPU(그래픽처리장치)를 모두 이용해 영상 정보를 실시간 분석하고 최적의 화질을 빠르게 찾아주는 기능이다.

우선 4단계에 걸쳐 입력된 영상의 잡음을 제거하고 입체감을 더욱 살려준다. 동시에 TV가 정확한 색을 찾아 표현할 수 있도록 색상보정 알고리즘을 가동시켜 전작 대비 7배 이상 정확하고 생생한 색 표현이 가능해졌다.

평택 디지털 파크 TV화질팀은 시청자들이 서로 다른 환경에서 TV를 본다는 점에 주목해 각 지역별, 문화별, 환경별로 선호하는 화질을 분석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 ▲ LG전자 HE연구소 무향실 ⓒLG전자
    ▲ LG전자 HE연구소 무향실 ⓒLG전자


  • 화질 연구에 몰두하는 R1동에서 300m 떨어진 G3동에서는 TV 음질 성능을 평가하는 무향실(無響室)과 청음실이 있다.

    무향실은 소리의 울림이 없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큐브 모양의 큰 공간 안에 방 하나 크기의 작은 큐브를 공중에 띄우듯이 설계한 곳이다.

    고성능 흡음재가 돌기처럼 튀어나와 벽면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이 마치 방음이 잘 되는 녹음실의 분위기와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이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소리 반사가 0에 가까운 수준으로 만든 것이 무향실이다.

    무향실에 처음 들어서면 귀가 먹먹해진 느낌이 들 정도인데 이는 순수하게 시험하는 TV의 소리만 측정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준다는 의미다.

    TV 스피커가 얼마나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얼마나 고르게 음을 내는지, 음의 왜곡이 작은지 등을 무향실 안 작은 마이크 하나로 모두 측정이 가능하다.

    무향실이 녹음실 같았다면 청음실은 콘서트 홀이라고 볼 수 있다. 벽에는 각기 다른 무늬와 굴곡이 있고 천정은 계단식으로 높낮이가 다르다.

    청음실에서는 연구원들이 안방이나 거실에 TV를 놓고 보는 환경과 비슷하게 위치를 잡아두고 TV소리를 들으며 음의 왜곡과 균형을 잡아주는 튜닝을 진행한다.

    실제로 음질 성능을 평가할 때는 동일한 모델을 두고 무향실과 청음실을 오가며 작업을 한다.

    이 같은 음질 연구를 통해 탄생한 기능이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다. LG전자의 올레드 TV와 슈퍼 울트라 HD TV에서 사용 가능한 것으로 더 입체적이고 사실적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스마트 사운드'와 '공간인식 사운드' 기능도 평택 디지털 파크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스마트 사운드는 TV 스스로 콘텐츠의 장르를 인식해 최적의 음향효과를 자동으로 적용하는 기능이다. 뉴스는 말 소리에 집중할 수 있는 명료한 음향을, 음악방송은 고음질의 풍성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공간인식 사운드 기능은 매직 리모콘과의 상호작용으로 시청자의 TV 사용공간을 스스로 분석해 자연스러운 사운드로 보정해줄 수 있다.

    LG전자 TV음질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지역에 따라 소비자가 선호하는 소리를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해 매년 수백가지 사운드를 테스트하고 튜닝한다.

    TV화질팀과 마찬가지로 LG전자 HE연구소 연구원들은 단순히 성능이나 기술적인 업그레이드만 좇는 것이 아닌 실제 소비자의 생활환경과 생활습관, 문화 등을 직접 발로 뛰어 알아내고 이를 적용한 기능을 새롭게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남호준 LG전자 HE연구소장(전무)은 "실제로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 같은 화질과 음질을 만들기 위해서 올레드TV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