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면 소비자와 주주들로부터 외면”SK式 사회적가치 3대 방법론…DBL·공유인프라·사회적기업 육성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시카고포럼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시카고포럼에서 사회성과인센티브 제도를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고집하는 이유에 관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는 SK그룹이 영속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양립이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시카고포럼에서 사회적 가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SK그룹의 선례에 따라 다른 기업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 회장은 “기업인들은 그간 경제적 재무가치에만 집중했다. 역사적으로 봐도 인간은 경제적 가치를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며 “그러나 시대가 변해 경제적 가치만 추구하다보면 소비자와 사회, 주주들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 기업이 영속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가치 외에 사회적 가치를 더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며 “SK의 방향성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신뢰를 쌓고,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얻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이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SK式3대 방법론’을 제시했다. ▲DBL(더블바텀라인) 구축 ▲공유인프라 활성화 ▲전문 사회적기업 육성 등이다. 

    DBL은 경영성과가 표시된 재무제표에 사회적 가치를 통한 수익을 추가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측정하는 시스템이다. SK는 현재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DBL 적용을 위한 마무리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전 계열사로 확대되는 시점은 올해 말이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도출될 DBL과 내년도 측정분을 비교해 방향성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확한 수치를 통해 부족한 부분과 보완할 점을 파악해 SK그룹만의 독특한 경영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

    최 회장은 DBL을 설명하며 SK텔레콤을 사례로 들었다. SK텔레콤은 최근 최태원 회장에게 경제적 가치를 다소 희생하며 사회적 가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이 통신요금체계가 이용량 보다 과하게 책정돼 있다며 불만을 표시해, 불필요한 부분을 확 줄인 ‘절약 요금제’로의 전환을 꾀하자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이 요금제로 지금 보다 더 많은 가입자들의 신뢰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최태원 회장은 “SK텔레콤은 절약요금제로 줄어들 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크다"며 “경제적 가치가 희생되지만 가입자에게 조금이라도 신용을 얻기 위해서는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최 회장은 공유인프라 확대에 관한 의견도 피력했다. 가정집 등을 활용해 여행자에게 숙소를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를 사례로 꼽으며, 스타트업도 공유인프라 확대에 나서고 있는데  대기업은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을 ‘적정가격’에 모두가 쓸 수 있도록 공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SK에너지 주유소 인프라를 사회와 공유할 수 있도록 조치했는데 며칠전 재미있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SK 다음으로 주유소 사업을 크게하는 GS가 찾아와 공유인프라 사업에 동참한다고 밝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최근 양 사의 전국 주유소 네트워크를 공동 활용해 택배 서비스 사업에 공동 진출한다고 밝혔다. 경쟁구도인 양 사는 협력 관계를 모색하는 동시에 기업 핵심 인프라를 국민과 공유하기로 했다. 최 회장의 ‘사회적 가치’ 창출 노력이 다른 대기업에도 전파된 첫 사례다.

    최 회장은 이날 본인을 기업경영에는 ‘프로’지만 사회적 가치 창출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사회적 가치 창출에 첫발을 내딛은 아마추어”라며 “SK가 사회적 활동에 돈을 쓰는 것보다 전문 사회적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하나의 창구”라고 말했다.

    사회적 기업은 태생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회사다. 그러나 생태계 구축이 미진하고 자본금이 부족해 5년 안에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SK는 ‘10만 사회적 기업’ 양성을 목표 아래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사회성과인센티브(SPC)가 대표적이다. 이 제도는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성과를 화폐단위로 측정해 금전적으로 보상하는 것이다.

    끝으로 최태원 회장은 “SK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동참해달라고 제안하고 있다”며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 SK가 툴을 만들어 놓으면 다른 기업들도 한걸음씩 따라올 것이다.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 창출의 필수조건이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오는 26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리는 확대경영회의에 참가해 계열사 CEO 등을 대상으로 사회적 가치 진행상황을 대대적으로 점검한다. 그는 관련 성과를 보고 받고 최우수 계열사를 선정하는 등 SK의 사회적 기업화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