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이후 한국산 게임 판호 발급 수 '0건'… 해외 실적 악화 이어져넷마블 등 주요 게임사 판호 신청 불구 '감감무소식'… '34조' 시장 발만 동동
  • 한국산 게임을 상대로 한 중국의 판호(출시 허가) 발급 제한이 1년 넘게 이어지면서 국내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등 정치적 이슈에 따라 판호 발급 재개 가능성을 두고 긍정적 전망이 잇따르기도 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있어 국내 게임 업체들이 신청해 놓은 판호 발급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경우 이 같은 규제로 인해 중국 출시작들의 서비스가 무기한 연기되면서 올해 실적 개선에도 상당한 제동이 걸렸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 3사를 비롯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웹젠 등 중견 게임사 모두 판호 발급 문제로 중국 시장 진출에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전 세계 게임 매출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최대 규모의 시장으로 꼽히고 있지만, 지난해 3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갈등 이후 현재까지 국내 게임에 발급된 판호는 0건이다.

    지난해 말 한중 정상회담을 비롯한 일부 정치적 이슈들이 판호 발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것과 달리, 가시화된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서 게임사들의 속앓이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해외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인기 IP를 기반으로 한 대작들을 내놓고 있지만, 이들 작품 모두 줄줄이 출시가 지연됨에 따라 실적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실제로 넷마블은 자사 인기 타이틀인 '리니지2 레볼루션'의 중국 판호 신청을 지난해 초 완료했지만, 아직도 현지 심사기구(현 중앙선전부)의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 역시 '리니지 레드나이츠'와 '검은사막' 등 기존 흥행작들의 중국 출시를 추진 중이지만 판호 장벽에 가로막힌 실정이다.

    대다수 게임사는 중국을 제외한 일본, 대만, 북미 등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34조원 규모(지난해 기준)의 중국 게임시장을 통한 매출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부의 경우 현지 업체와 계약을 통해 중국산 게임으로 출시하는 '내자 판호' 발급 방식을 통해 수익을 공유하고 있지만, IP 등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문제점 때문에 장기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더욱이 한국 게임에 대한 규제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통해 출시된 중국 모바일 게임은 전년대비 19% 증가한 136개로, 같은 기간 매출 TOP 20내에 16개 작품이 중국산 게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지 공략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췄음에도 출시 일정이 잠정 연기됨에 따라 당초 계획했던 서비스 전략에 일부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발만 구르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며 "중국 시장 진출의 공백을 메꾸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단기적인 방편에 불과해 양국의 관계 개선 여부만을 주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