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전 대통령 만나 경영권 분쟁 사과… 청탁 이유 없어신 회장, 롯데 이미지 개선 위해 정·재계 인사 다수 면담
  •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최순실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데일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부정청탁을 했다는 검찰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9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는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수감된 신동빈 회장에 대한 항소심 7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과 롯데 측 변호인단의 신 회장에 대한 피고인 신문으로 진행됐다.

    증인석에 앉은 신동빈 회장은 검찰이 제기한 두 가지 프레임이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이 보는 지난 2016년 3월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과 같은해 3월 11일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과의 오찬에 관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

    검찰은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안 전 수석을 만나 롯데그룹의 최대 현안인 월드타워면세점 특허 재취득 청탁을 했다고 보고 있다. 또 청탁을 위해 K스포츠재단의 하남체육센터 건립에 70억원을 지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영권 분쟁으로 나를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를 주위에서 들었다”며 “박 전 대통령을 만났던 것은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잘못된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고 힘줘 말했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나기 전부터 크게 긴장했다고 증언했다.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일본에서 발생한 건이지만, 한국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이 본인에게 책임을 물으며 한국롯데 총수를 그만두라고 지시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신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을 만나자마자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고 혼잡스러운 분위기도 모두 수습했다고 말했다”며 “당시 경영권 분쟁으로 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죄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사과의 뜻을 전하고 앞으로 롯데를 잘 이끌어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히는 과정에 면세점 특허 재취득 등의 부정청탁을 한다는 것은 상상 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면담 시 세 가지 주제로 대화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 대한 사과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 롯데그룹의 일자리 창출 계획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중 평창올림픽을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을 20여분 간 박 전 대통령에게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관련자료를 준비해 평창올림픽이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런던올림픽처럼 ‘경제올림픽’으로 성공한 국제행사로 기억돼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롯데 측 변호인단은 신동빈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20쪽 분량의 평창올림픽 자료가, 이들이 면담에서 나눈 대화를 입증할 ‘객관적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주장하는 것처럼 면세점 특허 재취득은 신동빈 회장에게 가장 큰 현안이 아니었다”며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다. 면담 때는 이미지 개선에 집중해 평창올림픽에 대한 의견을 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016년 3월 11일 안종범 전 수석과 만난 경위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신격호 명예회장과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라며 “부친과 친분이 있는 대통령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 측근인 안종범 전 수석을 만난 것”이라고 언급했다.

    증인신문을 마치며 신동빈 회장은 직접 작성한 짧은 메모로 현재 심정을 담당한 어조로 재판부에 전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으로 일본기업 논란이 일어 롯데 불매운동이 불거지는 등 많은 비난을 받았다”며 “당시 정부가 롯데에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고 느끼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롯데가 면세점 심사에 탈락한 것은 경영권 분쟁의 여파라고 생각한다”며 “2015년 하반기부터 다수의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인을 만나 롯데와 나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안종범 전 수석을 만난 것은 이러한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국제그룹이 정부의 준조세 요구를 거부해 사실상 공중분해된 사례를 보며 대통령의 K스포츠재단 지원요청을 거부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신 회장은 “롯데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대통령을 만났는데 면세점 청탁을 했다는 누명을 받아 법정구속까지 됐다”며 “정말 억울하고 무엇이 잘못돼 이런 오해를 받게 됐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재판부가 억울함을 풀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공판을 끝으로 신동빈 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심리는 종료됐다. 오는 11일 진행될 항소심 8차공판부터는 롯데 경영비리 혐의 공판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