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상비의약품 구매 비율 휴일 79%, 평일 저녁 9시 이후 47.6% 편의점업계 "안전상비의약품 부작용 전체 판매량의 0.001% 수준"
  • ▲ 대한약사회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민건강 수호약사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대한약사회
    ▲ 대한약사회는 지난 2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국민건강 수호약사 궐기대회'를 개최했다. ⓒ대한약사회
    편의점 업계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의 부작용과 위험성을 주장하는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편의점 협회)는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아 고려대산학협력단 최상은 교수가 수행한 '안전상비약품 판매제도 시행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31일 밝혔다. 

    최 교수가 진행한 안전상비의약품에 품목 확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부족하므로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43.4%,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자는 2.9%로 나타났다.

    많은 소비자들이 편의점 내 안전상비약 확대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확대 의견을 가진 응답자 중 '다른 치료목적 의약품 추가'는 40.2%, '현재 안전상비의약품과 동일한 치료목적을 갖지만 제품을 다양하게 해야 한다'는 11.7%, '두 가지 모두 필요' 의견은 47.6%로 조사됐다. 

    추가 희망 품목으로는 연고(21건), 해열진통제 종류 추가(16건), 일반의약품 전체(16건), 제품 다양화(11건), 감기약 증상별(9건), 소독약(8건), 안약(7건), 화상약(5건), 어린이진통제·알러지약·지사제·관장약(각 3건), 영양제(2건) 등이었다.

    편의점에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로 부작용이 증가했다는 약사회의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협회 측은 강조했다. 

    편의점협회가 최상은 교수의 연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행 13개 품목인 안전상비의약품에서 발생한 부작용 건수는 극히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보건복지부가 일반의약품 가운데 13개 품목을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지정, 편의점 판매가 시작된 첫해 공급량은 편의점 약 194만개와 약국 약 59만개를 더한 약 253만개. 이 가운데 의약품안전관리원에 접수된 부작용 보고 건수는 124건으로 부작용 발생률은 0.0048%였다.

    편의점 공급량이 약 1109만개로 크게 늘어난 2013년에는 약국 공급량 약 41만개를 포함해 전체 약 1154만개 공급량에서 부작용 건수는 434건으로 늘었지만 전체 공급량 대비 부작용 발생률은 0.0037%로 낮아졌다.

    2014년은 1412만개 공급에서 223건으로 0.0015%, 2015년은 약 1708만개에서 368건으로 0.0013%로 집계됐다. 

    약사회가 편의점 판매 제외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타이레놀(500mg)과 판콜에이도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로 부작용 발생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약사회 주장과는 전혀 달랐다고 협회는 강조했다.  

    타이레놀의 부작용 발생율은 2013년 0.0024%, 2014년 0.002%, 2015년 0.0017%로 오히려 감소했다. 판콜에이내복액의 부작용 발생율은 2013년 0.001%, 2014년에는 부작용 보고 건수가 없었고 2015년엔 0.0001% 였다.

    지난 6월 약사회 소속 약준모(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약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타이레놀 편의점 판매 제외를 위한 청원에 이어 "편의점에서 무심코 사먹는 타이레놀의 위험성 알고 드시나요?"라는 문구를 내건 포스터를 제작,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의 위험성을 부각시켰다.

    편의점협회 관계자는 "같은 약이라도 약국에서 팔면 안전하고 편의점에서 팔면 부작용 위험이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약사회는 공신력을 담보하는 정부 기관의 자료가 있음에도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안전상비의약품의 부작용 위험성을 부풀려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유감을 나타냈다.       

    지난 6월말 편의점협회는 식약처 산하 의약품안전관리원에 공문을 발송해 안전상비의약품 부작용 발생 건수와 편의점 판매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요청했다.

    7월 초 의약품안전관리원은 공문을 통해 "해당 의약품과 인과관계 여부와 관련없이 이상 사례 의심약물로 보고된 것으로서 해당 자료만으로는 특정 약물에 의해 부작용이 발생하였다고 간주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약품안전관리원에 보고된 부작용은 동일한 품목이지만 안전상비의약품으로 편의점에서 판매된 것과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된 것 가운데 어느 곳에서 판매된 의약품에서 발생했는지 특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편의점의 안전상비의약품 판매가 의약품 오남용으로 국민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약사회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협회 측은 역설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3월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조정위원회(이하 심의위) 첫 회의를 연 뒤 지금까지 총 여섯 차례의 회의를 통해 품목 조정을 논의해왔다.

    심의위는 당초 제산제와 지사제를 포함해 항히스타민제와 화상연고, 인공누액까지 5개 품목을 확대할 방침이었지만 약사회의 반발로 기존 13개 품목 중 소화제 2종을 제외하는 대신 제산제와  지사제를 추가하는 2대 2 스위치(Switch·전환) 방안을 제시했다.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 우려 주장하며 2대 2 스위치 방안을 거부하다 지난 3월 시행한 자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소화제 2종이 아닌 '타이레놀(500mg)'과 '판콜에이'를 제외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다 지난 29일 개최한 궐기대회에서는 일부 품목의 안전상비약 제외가 아닌 품목 확대 반대로 돌아섰다.

    당초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제도 자체를 없애달라고 요구했던 약사회의 상황에 따른 행태 변화는 약사들의 직역 이기주의를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성명서 발표와 소비자 반발이 거세지자 여론을 살피면서 상황에 따라 태도를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건강 수호'를 내세운 약사회의 주장과 행동은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공휴일에 소비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등 편의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안전상비약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상은 교수의 연구 보고서에도 '약국 운영시간 외의 시간에도 의약품 구매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여 편의성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도입 제도를 평가하는데 있어 안전상비의약품 구입 시간대가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연구보고서에 담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구매 이유는 '시간대 및 거리에 따른 편의성'이 95.4%를 차지했다. 

    편의점협회에 따르면 주중 일평균 편의점의 안전상비의약품 구매 고객수는 약 5만1176명으로 이 가운데 47.6%가 약국이 문을 닫는 저녁 9시에서 다음날 아침 8시 사이에 안전상비의약품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일요일과 공휴일의 일평균 안전상비의약품 구매 고객수는 평일보다 66% 이상 많은 약 8만5199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