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했던 대기업 총수들, 남북경협 구상 ‘온도차’SK임업에 이목 집중, 산림사업 대북제재서 제외
  •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편주차장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편주차장에 도착해 취재진의 질문에 밝은 표정으로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재계의 대북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주요그룹 총수들이 2박3일 일정으로 북한을 다녀왔지만 남북경협 관련 사업구상에는 온도차가 있어 보인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은 전날인 지난 20일 방북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이들은 3일간 북한 측 경제 관료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백두산에 오르는 일정을 끝으로 귀경했다.

    재계는 4대그룹 중 SK가 남북경협의 첫 스타트를 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상반된 총수들의 태도에 기인한다. 최태원 회장은 취재진에 북한에서 느낀 소회를 진솔하게 털어놓은 반면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은 최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번 경제사절단의 ‘큰형님’ 최태원 회장은 3일간 북한에서 느낀 소회와 향후 투자계획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북한에서 보고 듣고 온 것을 기반으로 한반도 발전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할 것”이라며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남북경협을 통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 회장은 방북 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으로 양묘장과 평양교원대학을 꼽았다. 이를 통해 업계에서는 SK그룹이 북한에서 산림녹화사업과 교육과 관련된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그룹은 SK임업을 통해 산림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SK임업은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이 ‘사람을 키우듯 나무를 키우고 나무를 키우듯 사람을 키운다’는 경영철학 아래 설립한 회사다.

    지난 1972년 2명의 인력으로 시작된 SK임업은 현재 산림 관련 전문지식을 기반으로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 경영림을 관리하고 있다. 그간 쌓아온 노하우로 북한에서 산림산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산림사업은 대북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분야”라며 “SK나 다른 기업들이 투자나 사업협력 결정을 내리면 큰 무리 없이 곧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SK가 수십년간 교육 지원에 힘써온 만큼 사회공헌활동 차원에서 북한에 교육 지원 등을 실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는 1974년 최종현 선대회장의 사재로 설립된 한국고등교육재단을 통해 다양한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1998년 해당 재단의 이사장을 맡아 부친의 뜻을 이어 글로벌 인재양성에 집중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북한에 대해 두가지 평가를 내렸다. ‘기회의 땅’인 동시에 ‘백지’나 마찬가지라는 의견이다.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주요 경영진과 방북성과를 논의해 향후 대북 방침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업구상을 하기에는 3일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며 “실무진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야 투자 등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