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미만 중소규모 공사 '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 추진 우려"중소건설업체 및 연관 기업'동반 부실' 등 지역경제 파탄 초래"
  • ▲ 유주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탄원서 제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성재용 기자
    ▲ 유주현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 회장이 기자회견에서 탄원서 제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성재용 기자

    "표준시장단가는 대형 공사에 적용되는 단가이기 때문에 중소규모 공사에 적용돼서는 안 되며 지금도 공사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4~5%를 일률적으로 삭감하게 되면 그 결과는 너무나도 자명한 것입니다. 이에 200만 건설인들은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 추진 철회를 경기도 및 정책관계자들에게 간곡히 탄원 드립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김영윤 회장)

    건설관련 22개 단체는 10일 오전 '경기도의 100억원 미만 중소규모 공사에 대한 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 반대'를 위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표준시장단가는 과거 수행했던 같은 종류의 공사를 공종별로 입찰가격·계약가격·실제 시공가격을 조사해 만든 산정방식으로, 현행 예정가격 산정기준(기획재정부 계약예규)에 따라 100억원 이상 공공공사에 대해 적용하고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는 제외하도록 돼 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현행 행정안전부 예규인 '지자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에 따라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는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소규모 건설공사의 품질 확보와 지역 중소업체 육성을 위해 100억원 미만 공사는 표준품셈 방식으로 원가를 산정하라는 취지다.

    문제는 경기도가 소규모 공공공사에 대해서도 예정가격 산정시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기로 하면서다.

    앞서 도는 지난달 100억원 미만 건설공사의 발주금액 산정시 표준시장단가 적용 제한 규정을 삭제하겠다는 내용의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촉진 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즉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서도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행안부 예규와 정면 배치된다. 특히 도는 상황에 따라 표준시장단가와 표준품셈을 혼합해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표준품셈은 재료비와 인건비, 기계경비 등 공종별 공사비를 표준화한 것으로, 설계를 기준으로 실제 공사할 수 있는 수준으로 산출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공사비산정기준 심의위원회' 심의보고에서 밝힌 1961개 공종의 2018년도 상반기 적용 표준시장단가는 표준품셈대비 82.0% 수준이었다. 표준시장단가가 표준품셈보다 평균 18.0% 싼 것이다.

    이 경우 가뜩이나 발주금액(예정가격)대비 85~87% 대 가격으로 수주하는 상황에서 추가로 낙찰률이 대폭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경기도가 발주하는 100억원 미만 공사를 수행하는 건설업체들의 경우 이익은커녕 손실만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최상호 대한건설협회 부장은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해 표준품셈 대신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하라는 것은 대형마트 단가를 동네 영세상인들에게도 적용하라는 것과 같은 논리"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도가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하면서 정부에도 관련 법 개정을 요구, 받아들여질 경우 전국 17개 광역단체는 물론, 기초단체들까지도 모두 적용된다. 지방업체를 중심으로 8만여 중견·중소건설기업들이 강제 저가수주에 따른 부실화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건설기업 A사 관계자는 "같은 공사를 진행하는데 공사금액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경우 품질저하와 안전사고는 물론, 현장 근로자 임금까지 하락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 건설관련 22개 단체장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성재용 기자
    ▲ 건설관련 22개 단체장들이 구호를 제창하고 있다. ⓒ성재용 기자

    이에 따라 건설관련 22개 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의 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 추진 철회, 경기도 지역건설산업 조례 개정 반대 등을 경기도 및 정책당국에 강력히 요청했다.

    김영윤 회장은 "종합, 전문, 설비, 전기, 통신, 소방 등 8만여 중소 건설업체뿐만 아니라 자재·장비업자 등 연관업계 그리고 건설 근로자까지 피해를 입계 되며 부실공사와 안전사고 위험은 물론, 연쇄 도산과 실업 등으로 사회적 문제가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표준시장단가 적용 추진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설시장에서 '슈퍼 갑'인 경기도가 중소기업에 대해 시공단가 후려치기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형마트 판매 할인단가를 골목상권에 강요하는 것으로, 지방의 중소·영세 건설관련 기업들은 생존권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5년간 공공공사 예정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적정공사비 산정에 대한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100억원 미만 공사에까지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경우 주로 소규모 공사를 수행하는 중소건설업체들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부나 지자체 등이 발주하는 공공공사 대부분이 중소업체들이 수행하는 100억원 미만인 점이 이를 입증한다.

    나라장터 분석 결과 최근 2년간 종합건설업체들이 수주한 공공공사는 모두 3만8646건으로, 이 중 100억원 미만 공사는 96.9%인 3만7433건에 달한다.

    대부분 중소 규모인 전문건설업체들이 2016년 원도급으로 수주한 공공공사는 28만2464건으로, 이 중 단 19건을 제외한 99.9%가 100억원 미만이다. 소규모 공공공사에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 예정가격 자체가 떨어지고 낙찰가마저 하락할 경우 중소건설업체들이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00억원 미만 공공공사에 대해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할 경우 전체 노무비 감소분만 2300억~5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지자체 발주공사에서만 1500억~3800억원의 노무비가 줄어들 것으로 연구원은 예측했다.

    이로 인해 4700~1만2000개(지자체 3000~8000명 포함)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고 연구원은 내다봤다. 연관 산업까지 감안하면 일자리 감소 추정치는 1만950~2만8359명에 달한다.

    전영준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은 고용유발을 비롯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높은 산업"이라며 "한계 상황을 유도하는 무리한 공사비 감액 정책의 확대는 지역경제에 악영향만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건설업 특성상 종사자의 70.8%가 취약계층인 점을 감안하면 일자리 감소 여파가 국민생활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표준시장단가 확대 적용 의지도 강경하다.

    이재명 지사는 "시장에 가면 900만원인데 1000만원에 사라고 강요하면 되겠느냐"며 "시장가격보다 7~8% 비싼 표준품셈으로 관급공사를 발주하라 강요하는 구시대 적폐가 아직도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건설업체가 돈 벌려고 이런 요구하는 건 이해되지만, 부정비리를 감시하고 공정질서를 유지해야 될 정부가 이런 식으로 예산낭비 강요하고 건설업체에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들 22개 단체는 2만2569개사가 서명한 '경기도의 100억원 미만 공사에 대한 표준시장단가 적용 추진 반대' 탄원서를 경기도와 국회, 관계 부처에 제출할 예정이다. 경기건설단체총연합회는 오는 16일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의 표준시장단가 확대 적용 반대를 위한 대규모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