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강성파 상인 국회서 "괴물 같은 현대화건물에 울분" 읍소수협 "옛 시장 중 금싸라기땅 존치 요구"
  • ▲ 노량진시장 주변 풍경.ⓒ연합뉴스
    ▲ 노량진시장 주변 풍경.ⓒ연합뉴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수협과 일부 상인 간 갈등이 여론전 양상을 띠는 가운데 상인들 주장이 표리부동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표면적으로는 수협의 횡포와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내세우지만, 이면에서는 장삿속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련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이하 연합회)는 지난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협의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 중단과 서울시 미래유산 존치를 촉구했다.

    연합회는 기자회견문에서 "잘못된 현대화 사업으로 상인들이 고통받는다. 수협의 횡포에 굴욕과 두려움, 분노로 제정신이 아니다"며 "정치가 실종되고 민생이 외면받는 현실에 자존감마저 흔들린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잘 포장된 보고서 한 장에 국비 1500억원을 지원받아 지은, 수산시장 용도로는 전혀 맞지 않는 괴물 같은 현대화건물 때문에 40년을 불모지나 다름없는 노량진 기찻길 뒤편에서 24시간 불 밝히고 장사한 죄밖에 없는, 소주 한 잔에 언 몸을 녹이며 한 푼이라도 벌어 자식들 교육하려던 상인의 삶이 망가져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현대화사업에 따른 법원 명도소송 패소로) 집이 가압류되고 경매에 붙여지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수산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사법부의 농단에 선량한 상인이 피해를 보는 지경이고, 매일 수협 직원과 용역에 맞서 투쟁하느라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하소연했다.

    연합회는 아울러 노량진수산시장은 서울시가 지정한 미래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서울시민의 추억이 새겨진 시장을 수협의 부동산 개발에 없앨 순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은 법원의 강제집행(철거) 시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시장 주변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등 지역주민 단체의 압박이 더해지면서 사면초가에 놓이자 옛 시장에 남은 상인들이 여론전으로 태세를 전환한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 ▲ 노량진수산시장 존치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 노량진수산시장 존치 촉구 기자회견.ⓒ연합뉴스
    수협은 상인들이 겉 다르고 속 다르다고 지적했다. 애초 옛 시장 잔류상인들은 새 시장의 판매면적이 협소하고 임대료가 비싸다고 이주를 거부했다. 수협은 지난해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옛 시장에 남은 대책위원회와 비상대책총연합회 등 2개 상인 단체와 만나 판매면적을 기존 1.5평(4.96㎡)에서 2평(6.61㎡)으로 늘리고, 임대료와 관련해 300억원 상당의 제안을 하는 등 많은 양보를 했다는 태도다.

    하지만 상인들은 수협에 대한 불신을 이유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성파로 분류되는 일부 상인은 대신 서울시 미래유산 카드를 추가로 내세워 옛 시장 존치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러면서 상인들은 수협에 새 시장으로 접근하는 소위 소비자 통로 주변 2000평(6611.57㎡)을 존치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로는 옛 시장의 5분의 1쯤에 해당한다. 지하철 1호선 출구에서 새 시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이 통로는 옛 시장 중에서도 장사가 잘되는 알짜배기 땅으로 통한다.

    수협 등 일각에서는 일부 강성파 상인이 겉으로는 서울미래유산을 이유로 옛 시장 존치를 주장하면서 실상은 장사 잘되는 노른자 땅에 계속 남아 이익을 꾀하려는 장삿속을 드러낸다고 비판한다. 수협 한 관계자는 "시장을 찾는 단골손님은 소비자 통로를 주로 이용하므로 옛 시장 내에서도 장사가 잘되는 곳"이라며 "새 시장으로 들어가는 길목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수협으로서도 이곳을 포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수협은 옛 시장 부지를 복합상업문화시설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잔류상인이 요구하는 소비자 통로 주변을 제외하면 사실상 부동산개발사업의 매력이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