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넉 달간 245명이 29만원 마일리지 적립… 국토부는 버스파업 탓울산·전주 시범사업 미완, 성과분석도 못 해… 30% 할인혜택 실효성 의문
  • 광역알뜰교통카드 시연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광역알뜰교통카드 시연하는 김현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비해 시외버스 요금을 올리면서 서민 반발을 누그러뜨리고자 광역알뜰교통카드 확대를 추진키로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범사업에 대한 성과 분석이 끝나지도 않아 검증되지도 않은 정책을 승객 부담 완화 대책으로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토부는 다음 달부터 시외버스와 광역급행버스(M-버스) 운임을 각각 평균 10.7%와 12.2% 올린다고 밝혔다. 서민이 주로 버스를 이용하는 점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했다는 태도다.

    국토부는 승객 부담 완화를 위해 정기·정액권을 올 상반기 안에 마련하겠다고 했다. 또한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이동 거리만큼 마일리지(이용 실적 점수)를 주는 광역알뜰교통카드를 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광역알뜰교통카드의 교통비 할인 혜택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교통분야 대선공약인 광역알뜰교통카드는 지난해 4월부터 세종과 울산·전주시에서 단계적으로 시범사업을 벌여왔다.

    문제는 세종의 경우 시범사업 실적이 저조하고, 울산·전주는 시범사업이 아직 끝나지 않아 교통비 할인 혜택에 대한 검증자료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세종 시범사업은 지난해 4~8월 넉 달간 진행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받은 '광역알뜰교통카드 세종시 시범사업 모니터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시범 운영에 참여한 시민은 245명으로, 적립한 총 마일리지는 29만433원에 그쳤다. 1인당 평균 적립액이 1000원쯤에 불과하다.

    시범사업 기간 마일리지를 쌓기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실적은 3448건이었다. 1인당 평균 14회, 한 달에 3~4회만 앱을 실행했다는 얘기다. 이용자의 1회 평균 마일리지 적립액은 115원, 최대 적립액은 230원이었다. 시범사업 참여자의 56.7%인 139명만 마일리지를 쌓았고, 나머지 106명은 적립한 마일리지 자체가 없었다.
  • 광역알뜰교통카드 시연 결과. 이동 중 자전거를 타지 않았지만, 자전거를 잘못 선택하자 이동거리가 자전거로 계산됐다.ⓒ뉴데일리DB
    ▲ 광역알뜰교통카드 시연 결과. 이동 중 자전거를 타지 않았지만, 자전거를 잘못 선택하자 이동거리가 자전거로 계산됐다.ⓒ뉴데일리DB
    일각에서는 이런 저조한 실적은 예견됐다는 견해다. 광역알뜰교통카드를 언론을 상대로 시연할 때부터 위치정보시스템(GPS) 오류 등 여러 보완사항을 노출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4월16일 광역알뜰교통카드 시연행사를 했다. 정부세종청사 안내동 앞에서 출발해 청사 남측 BRT(간선급행버스체계) 정류장까지 걸어간 뒤 900번 시내버스를 타고 국책연구단지 인근 정류장에서 내려 다시 연구단지까지 걷는 코스였다.

    하지만 일부 스마트폰에서 위치정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해 이동 거리와 마일리지 계산에 오류를 보였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스마트폰 성능에 따라 GPS 감도가 차이 난다"고 설명했다.

    이용이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동-버스 이용-이동의 단계마다 사용자가 각 단계가 완료됐음을 일일이 수동으로 조작해줘야만 했다. 출퇴근 시간에 쫓기거나 여러 번 갈아타야 하는 경우,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 등은 마일리지 적립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앱 이용과정을 단순화·자동화하는 등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시범사업 실적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시범운영 기간에 세종에서 2달쯤 버스 파업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버스 파업과 승객의 버스 이용 패턴·실적과는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세종시민 최모씨는 "파업이 있었다고 해서 갑자기 버스 이용 패턴이 바뀌지는 않는다"며 "이용은 불편하고 쌓이는 마일리지는 적다고 생각하니 앱을 잘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전주시는 아예 이용 실적을 분석도 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시범사업은 이달 말이 돼서야 끝난다. 국토부는 시범사업이 끝나지 않아 분석작업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정부가 시외버스 요금 인상의 대책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시범사업을 확대부터 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광역알뜰교통카드 활용 사례.ⓒ국토부
    ▲ 광역알뜰교통카드 활용 사례.ⓒ국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