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감조치 시행시 조업 단축… 건설업계, 가이드 마련 등 분주'입주지연-안전사고-부실공사-일자리 감소' 등 후폭풍 우려도
  • ▲ 5일 세종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미세먼지 속에서 작업 중이다. ⓒ연합뉴스
    ▲ 5일 세종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근로자들이 미세먼지 속에서 작업 중이다. ⓒ연합뉴스

    최악의 미세먼지 발생에 전국이 공포증이 생겨날 정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로자들의 외부 작업이 절대적으로 많은 건설업계 역시 비상이다. 근로자 보호 등 대안 마련도 시급하지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효 기간이 연일 사상 최장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공사기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고, 그에 따른 비용 증가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돼 근심이 크다.

    6일 환경부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5곳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으로 예보되거나 전날에 이어 이날도 초미세먼지 농도가 50㎍/㎥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돼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한 시·도는 4일 9곳이었으나, 5일에는 12곳으로 늘었고 이날은 15곳이 됐다. 서울·인천·경기·세종·충남·충북은 6일 연속, 대전은 5일 연속으로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다.

    전날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소 여섯배 수준인 평균 140㎍/㎥으로,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은 중국발 스모그가 추가 유입되면서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6일 연속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서 건설현장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건설현장은 미세먼지를 유발할 수 있어 공사시점 조절, 작업자 보호 등 대안 마련이 시급하지만 발주처와 사전에 약속한 공기를 맞춰야 해 난처한 상황이다. 특히 아파트 공사현장의 경우 공정률이 25% 이상 지연될 경우 사고사업장으로 분류돼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앞서 환경부와 서울시를 비롯한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라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공사장 이행지침'을 세웠다.

    서울에서 2월 기준 건설공사장 총 1845곳이 지침 적용 대상이다. 이들 공사장에서는 △도로 청소 강화 △싣고 내리는 공정에서 살수량 증대 △낡은 건설기계 운영 금지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특히 비산먼지가 다량 발생하는 터파기, 기초공사 등이 진행되는 공사장 관급 63곳, 민간 234곳 등 297곳은 공기가 조정된다. 출근시간대를 피해 작업하도록 관급공사는 오전 6~9시 공사를 단축하고, 민간공사는 오전 6~9시 외 시간대에 공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역시 정부 방침을 적극 따르고 있다.

    LH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한 발 더 나아가 수도권 비산먼지 과다 발생공사를 전면 중지한다. 수도권 외 지역에서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 공사현장 출입구에 토사유출방지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공사용 도로에 살수차량을 투입하며 미세먼지 경보 수준에 다다르면 비산먼지 유발 공사를 중단한다.

  •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에 있는 건설현장을 찾아 근로자에게 미세먼지 보호용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에 있는 건설현장을 찾아 근로자에게 미세먼지 보호용 마스크를 씌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민간건설사들 역시 정부 정책에 부응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은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 이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대응 가이드'를 만들어 전 현장에 배포하고 작업자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가이드에 따르면 기준치 초과 발령시 ▲공기 조정 ▲실내작업 위주 공사 실시 ▲휴식시간 추가 부여 ▲마스크 배포 ▲노후건설기계 사용 지양 ▲방진덮개·살수 조치 강화 등을 시행한다.

    삼성물산도 실시간 미세먼지 농도 측정시설을 설치하고 비산먼지 발생 공종의 작업시간 절반 단축, 마스크 지급, 고령자 등 민감군 근로자에 대한 옥외작업 투입 금지 등을 시행하고 있다.

    GS건설·대우건설·대림산업·한화건설·롯데건설 등 다른 건설사들 현장도 마찬가지다. 포스코건설의 경우 환경부와 비산먼지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하면서 도심지 등 50개 현장을 지정, 사전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문제는 미세먼지 저감조치로 공사할 수 있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공사를 정해진 기한에 미치지 못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특별법에 따라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공공공사는 공사시간을 50% 이상 단축해야 한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하루면 충분한 작업량을 이틀이나 걸려 소화하는 셈이다.

    수도권 한 대규모 건축 현장 관계자는 "현장 상황에 따라 조업이 길어질 수도, 휴식이 늘 수도 있는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지면 절대적인 조업시간이 줄어들어 애로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이번처럼 비상저감조치가 장기간 발령될 경우 공기 준수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이에 따른 공사비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공기 연장이나 추가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조처했다. 공공공사는 국가계약법과 공사계약일반조건에 따라, 민간공사는 개정 표준도급계약서에 따라 각각 공기와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공사비 손실 보전은 당연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발주자와의 협의를 거쳐 계약 내용을 조정해야 한다"며 "정부가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으로 인식하고 있는 만큼 발주기관들의 책임 있는 행동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 ▲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건설현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비산먼지 발생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 5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재건축 건설현장에서 서울시 관계자들이 비산먼지 발생 여부 등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아파트의 경우 공기를 맞추지 못하게 되면 건설사가 입주자에게 입주지체에 대한 보상금을 물어야 한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공기를 맞추려면 하루가 급한데 무작정 공사를 할 수도 없고 걱정"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에다 미세먼지까지 겹치면서 공정률이 조금씩 늦어지는 사업장이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중에 지체보상금을 두고 입주민과 다툼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일하지 못한 기간만큼 작업을 서두르다보면 안전사고 위험과 부실공사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미세먼지 때문에 일부 근로자들이 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일이 늘고 있다"며 "미세먼지 때문에 근로자들이 공사를 못 하게 되면 공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일부 현장에서는 날림으로 공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실공사가 이뤄지면 자연스레 현장에서는 안전사고 위험도 높아지고, 품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준공 이후 하자 발생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낭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조업 단축·조정이 일자리 문제로도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조업시간이 단축·조정되면 일선 현장을 채우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는 당장 일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며 "이에 따라 일용직 근로자들이 적정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일자리의 양과 질 모두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토교통부는 공사현장 등 미세먼지 유발 현장 등에 대한 강도 높은 긴급 조치를 지시했다.

    공사장, 도로, 철도 등 건설현장에서 배출되는 비산먼지 저감을 위해 현장에 전담인력을 배치하고 방진막과 살수시설 설치, 건설현장 살수량 증대, 인근 도로 청소 강화, 낡은 건설기계 운영 금지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즉시 취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