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기술수출 파기·상장폐지·줄소송 직면"알았다고 해도 문제지만 몰랐다면 더 큰 문제"차명주식 이어 배임죄 고발… 조만간 검찰 조사 예정
  • ▲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
    ▲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 ⓒ코오롱생명과학
    코오롱그룹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의 허가가 취소되며 계열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을 넘어 그룹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1조 기술수출 파기, 상장폐지, 줄소송 등 악재가 산더미다. 

    자연스레 책임론은 최대주주인 이웅열 명예회장을 향하고 있다. 

    식품의약안전처는 지난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인보사 관련자료가 허위로 밝혀졌다며,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이 회사를 형사고발한다고 밝혔다. 인보사 2액이 허가신청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됐다며 허가를 취소한 것.

    코오롱생명과학은 “식약처에 제출한 품목허가 자료가 완벽하지는 못했지만 조작이나 은폐하지 않았다”며 “인보사 2액이 신장세포라는 것을 인보사 개발사인 코오롱티슈진으로부터 전달받아 식약처에 통보했고 3월말 판매중지 조치를 취했다. 식약처의 자료 요구와 현장실사에 최선을 다해 협조했다”고 밝혔다.

    단, 코오롱 측은 식약처의 결정에 절차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구체적인 대응방침은 밝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문제시된 내용물을 변경해 품목허가를 재신청하거나, 식약처의 판단이 잘못됐다며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식약처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코오롱 은 인보사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사실을 파악했음에도 당국에 보고하지 않아서다.

    인보사 쇼크는 코오롱 그룹 전반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당장 인보사를 유통·판매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성사시킨 1조원 규모의 해외 기술수출과 판매계약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다국적제약사 먼디파마와 인보사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6677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해 7월에는 중국에 인보사 2000억원 어치를 수출하기로 차이나라이프메디컬센터와 계약했다. 아울러 몽골과 마카오, 사우디아라비아 등에도 수출을 준비 중이었다.

    또한 인보사를 개발한 생명과학의 자회사 코오롱티슈진은 상장폐지될 공산이 크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8일 상장폐지 심사 절차에 나서며, 티슈진의 거래를 정지시켰다. 상장 적격성 심사는 상장유지에 문제가 있는지 거래소가 따져보는 것인데, 인보사가 사실상 티슈진의 전부인 만큼 상장유지는 힘들어 보인다.

    소액주주와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들의 줄소송도 기다리고 있다. 주주들은 조만간 이웅열 명예회장 등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낼 예정이다. 환자들의 경우 이미 손해배상 소송절차를 밟고 있다.
  • ▲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차명주식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웅열 코오롱 명예회장이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차명주식 혐의 관련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인보사 쇼크는 퇴진한 이웅열 명예회장 책임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다. 인보사는 국제금융위기(IMF) 위기로 침체된 코오롱그룹을 일으키기 위해 이웅열 명예회장이 20년간 쌓아온 공든 탑이다. 그는 인보사를 ‘넷째자식’이라고 공언할 만큼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러나 신약에 대한 꿈이 악몽으로 바뀌자 그룹의 최대주주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새로운 창업에 나서겠다면 23년간 맡았던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단, 일각에선 시점을 두고 퇴진이 아닌 도피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인보사 사태는 국내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이슈화됐지만, 미국에선 지난해 11월부터 문제시됐다. 미국 FDA는 인보사의 최종 임상시험 과정에서 허가취소가 가능한 사유가 적발됐다고 지적했다.

    이웅열 명예회장이 인보사 사태가 터질 것을 알고도 회장직에서 물러났다면 이는 배임죄에 해당한다. 본인의 꿈을 찾는다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의지 없이 회사를 떠나 막대한 손해를 입혀서다.

    재계 관계자는 “사태 내막을 알았다고 해도 문제지만 몰랐다면 더 큰 문제”라며 “생명과학과 티슈진 등 사태의 중심에 있는 기업 임원들이 이웅열 명예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면 분명한 은폐 시도”라고 전했다.

    식약처가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웅열 명예회장 등 관련 임원들은 검찰의 칼날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 명예회장은 최근 열린 차명주식 관련 재판에 나서 그간 약식기소나 벌금형 등을 받지 않을 정도로 투명하게 그룹을 운영해왔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게 조만간 또다시 재판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 관계자는 “회사 일로 많은 이들에게 심려를 끼쳤다”며 “인보사 안전성과 유효성에 관한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대응절차를 식약처와 긴밀하게 협의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