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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년 말부터 한국형 동력분산식 고속전철(EMU)이 경부·호남선에 실전 투입될 전망이다. EMU는 점진적으로 수명이 다하는 기존 고속철도(KTX·SRT)를 대체해 나가게 된다.
기존 고속차량은 수명(30년)이 절반을 넘어 2021년까지 차례대로 정기 종합검진에 해당하는 중정비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지난 21일 경기도 고양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열린 현장설명회에서 EMU 차량 도입계획을 밝혔다. EMU는 KTX보다 빠른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HEMU-430X)의 기술력에 기반을 두어 개발한 고속열차다. 기존 KTX처럼 동력원을 맨 앞쪽과 뒤쪽의 전동차에만 연결하는 동력집중식과 달리 전동차마다 엔진을 장착한 게 특징이다. 동력집중식보다 가·감속 능력이 좋아 정차역 간 간격이 좁아도 빠르게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급제동 때 안전성도 높다. 운행 속도에 따라 EMU-300, 250, 150으로 차종이 나뉜다.
정부는 2014년 9월 제30차 철도산업위원회에서 준고속 노선에 EMU를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최고시속 260㎞로 달리는 EMU-250은 내년 개통하는 경전선 부산 부전역~마산 복선전철 구간 등 시속 200㎞ 이상의 속도로 건설된 신설노선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권병구 코레일 고속차량처장은 "6칸 1편성으로 구성된 EMU-250은 오는 8월 말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출고될 예정이고, 8칸 1편성으로 최고 320㎞까지 달리는 EMU-300은 연말쯤 출고가 이뤄진다"면서 "EMU-300의 경우 2편성을 구매한 상태다. 18만㎞의 시험운전을 거쳐 2021년 말쯤 경부·호남선에 실전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MU는 2칸이 기본 편성단위다. 동력차를 많이 붙일수록 차량 운행속도가 빨라진다. 좌석 수당 차량단가도 기존 고속차량보다 싸서 전 세계적으로 EMU 타입의 고속차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권 처장은 "앞으로 기존 고속차량과 EMU를 함께 운영하다가 (집중식) 수명이 다하면 분산식 열차로 대체하게 된다"고 했다. -
기존 고속차량은 수명이 30년으로, 중정비를 받아야 하는 시기가 왔다. 중정비는 철도차량을 분해해 수명이 다한 부품을 교체하고 주요 장치를 칸 단위로 구석구석 점검한다. 부품 분해 등 검수항목이 300여개가 넘는다. 차량분리-장치탈거-부품분해-정비-부품조립-장치조립-차량조립-시험운전의 과정을 거친다. 1편성 점검에 13~15주가 걸리는 대수선이다. 고속철의 경우 주행거리 600만㎞ 또는 15년 운행 중 조건을 먼저 충족하면 시행한다. 코레일은 반수명을 맞은 KTX 물량을 고려해 2012년부터 해마다 6~7편성씩 단계적으로 중정비를 진행 중이다. 현재 30편성을 마쳤다. 남은 16편성은 후년까지 중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중정비는 반수명 중정비와 부품 중정비로 나뉜다. 부품중정비는 KTX는 수도권차량정비단, SRT는 부산·호남정비단에서 각각 담당한다. 용접부위를 제외하고 차량을 완전 분해하는 반수명 중정비는 수도권정비단에서 전담한다.
수도권정비단은 전체면적이 고속철로 유명한 프랑스의 비샤임(Bischheim) 기지보다 6배쯤 넓다. 경정비와 중정비 기지가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경우다. 권 처장은 "1994년 KTX 도입 당시 경정비까지만 기술이전 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면서 "중정비는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고속철 발전을 대비해 (중정비) 부지를 함께 확보했다"면서 "경정비와 중정비가 한 곳에서 이뤄져 효율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고속차량은 5000㎞마다 하는 기본정비부터 15만·30만·60만㎞ 등 주행거리에 따라 제한·일반·전반정비를 받도록 체계가 잡혀 있다. 권 처장은 "주로 기간보다 주행거리를 기준으로 정비가 이뤄진다"면서 "기본정비의 경우 오늘 아침 경정비를 받고 나간 KTX는 내일 저녁 다시 입고돼 정비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
이후 자동세척장치를 지난 열차는 정비창에 입고돼 차륜 삭정(차량 바퀴 깎기), 부품 교체 등이 이뤄진다. 정비에는 각종 첨단장비와 컴퓨터가 동원된다. 수도권정비단에 1대밖에 없는 동시인양기는 20·30t 리프팅잭 46개를 이용해 700t 무게의 20칸 1편성 KTX1을 한꺼번에 들어 올릴 수 있다. 최대 3.2m 높이까지 들어 올리는 데 5분쯤이 걸린다.
이 밖에도 KTX 차량에서 1개 대차만 분리해 정비하는 드롭핑테이블, 칸 단위로 분리한 차량을 이동하는 트레버서 등이 안전하고 정밀한 유지보수를 책임진다. 권 처장은 "(코레일은) 100만㎞당 10분 이상 장애 발생 0.05건을 목표로 한다"면서 "이는 지구를 2000바퀴 돌 때 1번 장애가 생기는 수준이다. 앞으로도 안전운행을 위해 차량 유지보수에 온 힘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