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3%대 '폭락 마감'…시가총액 상위 종목 '전멸'日 증시도 '검은 월요일'…4% 급락하며 2024년 9월 수준으로美 스태그 공포 최고조…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
  • ▲ 1년 5개월간 금지됐던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가 재개된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 1년 5개월간 금지됐던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가 재개된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물가 상승 속 경기 둔화(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공매도 재개에 따른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코스피가 3% 하락하며 3월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일제히 급락했고, 코스피는 약 두 달 만에 2500선 아래로 내려앉았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76.86p(3.00%) 내린 2481.12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8일 도널트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여파로 2600선을 반납한 데 이어 단 1거래일 만에 또다시 2500선을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과 기관이 각각 7890억 원, 6670억 원 순매수한 데 반해 외국인이 홀로 1조5750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국내외 각종 악재 및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코스피가 급격하게 무너진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하락을 면치 못했다. 약 5개월 만에 '6만전자'를 회복한 삼성전자도 다시 5만8000원을 나타내며 장을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KB금융(0.38%)만 올랐다. 삼성전자(-3.99%), SK하이닉스(-4.32%), LG에너지솔루션(-6.04%), 삼성바이오로직스(-3.34%), 현대차(-3.80%), 삼성전자우(-4.84%), 기아(-3.15%), 셀트리온(-4.57%), NAVER(-1.90%) 등이 큰폭의 내림세를 보였다.

    국내 공매도 재개로 그간 대차잔고 비중이 높았던 이차전지 관련 종목도 크게 하락했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각각 7.15%, 12.41% 하락하며 장을 마감했다. 앞서 이차전지 업종은 최근 실적 부진까지 더해 공매도 타깃이 될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제기된 바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이차전지, 바이오, HBM 등 지난주 기준 대차잔고 증가율이 높은 업종들은 공매도의 타깃이 될 것이라는 심리적 불안감이 일시적인 수급 변동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코스닥 지수도 627.85p(3.01%) 하락한 672.8에 장을 마쳤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640억 원, 1480억 원 매수한 가운데 외국인만 홀로 2150억 원 매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역시 알테오젠(0.99%)과 휴젤(0.00%)을 제외한 전 종목이 하락했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일 공매도가 재개하며 예상대로 대차잔고 비중이 높던 이차전지와 전력기기 등 업종이 하락했다"며 "코스닥 역시 아시아 주식시장 약세와 공매도 재개에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환율 움직임 역시 시장의 불안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472.9원을 나타냈다. 주간 종가 기준 연고점이자 2009년 3월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국내 탄핵 정국 불확실성에 외국인 주식 순매도 급증으로 인한 수급 부담까지 겹쳐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글로벌 달러화 약세와 엔화, 위안화 동반 강세만 봤을 때 원·달러 환율도 하락 흐름을 보여야 마땅했던 장이었다"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심화되며 금값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31일 오후 4시 50분 기준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3152.21달러로 1% 넘게 상승하고 있다. 금값은 3월 한 달 동안 8% 넘게 뛰었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여성 역사의 달 기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여성 역사의 달 기념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發 무차별 관세 폭탄에 S공포↑ … 日증시도 반년전으로 회귀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2일로 예고한 상호 관세 부과일이 다가오면서 글로벌 경제 긴장감이 투자 심리 악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도 "기본적으로 우리가 얘기하고 있는 모든 국가가 관세 대상에 해당한다"고 못 박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재부과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투자 심리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는 단기적인 쇼크로 불확실성이 선반영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변동성이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상호 관세 부과 대상국의 구체적 범위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개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얼마나 많은 국가가 관세 영향을 받게 될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할 것"이라며 상당수 국가들이 영향권에서 피해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한 관세 정책에 미국 내에서는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수십 년간 안정세였던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으며 트럼프 관세가 추가적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간 값싼 해외 공산품이 미국의 물가 안정에 일조했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수입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지적이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적인 상품 가격 하락 요인이 없다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수요를 더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평균적으로 0%에 가까웠던 상품 인플레이션 지표가 높은 상황"이라며 관세 및 다른 요인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분석한 바 있다.

    일본 증시도 큰 폭의 내림세로 장을 마감했다. 일본 대표지수인 닛케이평균은 전 거래일보다 1502.77엔(4.05%) 내린 3만5617.56엔에서 장을 마쳤다. 닛케이평균에 포함된 거의 모든 종목이 하락하면서 2024년 9월 이후 약 6개월 만에 3만5500선까지 주저앉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해외투자자들의 닛케이평균 선물 매도가 다른 투자자들의 매도를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가 침체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며 미국 주가가 하락한 영향에 중장기 투자자들도 영향을 받았다는 관측이다.

    마스자와 타케히코 필립증권 주식부 트레이딩 헤드는 "단기투자자들의 매도만으로는 여기까지 떨어질 수 없다"며 "지역은행 등 어느 정도 중기적인 시각으로 투자하는 주체들도 포지션 축소나 손절매를 강요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SMBC신탁은행의 야마구치 마사히로 투자조사부장은 미국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글로벌 증시 전체에 악재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이제는 전혀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닛케이평균이 3만5000엔을 밑돌 경우 이른바 이중 바닥을 시험하는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