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7일 EMU-320 시승식·철도차량정비단 현장 설명회KTX 수명 30년 중 절반 채워…'분산식' EMU 세대교체 준비 15년 KTX 반수명 정비 거쳐…정비단, 세계 최고 기술력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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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고속철도(KTX·SRT)의 30년 내구연한이 점차 다가옴에 따라 3세대 고속철도인 'EMU'의 세대 교체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EMU는 올해 말까지 시범 운전을 거쳐 오는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현장에 투입될 전망이다.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7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소재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으로 향하는 EMU-320 열차의 시승식을 열었다. 이날 시승식 뒤에는 목적지인 철도차량정비단의 경정비·중정비동 현장 탐사를 통한 KTX 유지보수 설명회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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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분산식' 열차가 '집중식' 대체한다…3세대 교체 준비EMU-320은 코레일과 수서고속철 운영사 에스알(SR)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3세대 고속철도다. 최고 속도가 320킬로미터(km)란 뜻을 담아 이름이 지어졌다. 속도에 따라 EMU-300, 260, 150 등으로 차종을 구분한다. KTX-이음이라고도 불리는 EMU-260은 지난 2021년 강릉선과 중부내륙선 등에서 운행을 시작했다.기존 고속철도들이 동력원을 맨 앞쪽과 뒤쪽의 전동차에만 연결해 앞에서 끌고 가는 '동력집중식'인 것과 달리, EMU-320은 전동차별로 모터를 분산 배치하는 '동력분산식'으로 제작됐다. 나아가는 힘이 좋고 가속·감속 능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지만, 흔들림과 소음 등은 동력집중식에 비해 다소 크다고 여겨진다. 국토교통부의 방침에 따라 앞으로 도입하는 모든 고속철도는 동력분산식을 채택해야 한다.EMU-320의 제작사는 KTX의 독점 공급자이기도 한 현대로템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07년 국책과제로 동력분산식 기술 개발에 착수해 10년여간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최초로 동력분산식 고속철도 개발에 성공한 사례가 EMU-260(KTX-이음)이다. 현대로템이 코레일과 EMU-320의 판매·공급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2028년까지 열차를 제작해 출고하게 된다.EMU의 도입은 기존 KTX의 역할을 순차적으로 대체하는 세대 교체의 의미를 담는다. 현재 KTX 총 46편성은 모두 30년 수명의 절반쯤에 다가간 상태다. KTX 산천도 총 24편성 중 6편성이 운행기간 15년을 달성해 올해 반수명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30년의 내구연한을 채운 고속철도는 추가 수명 연장 없이 모두 폐차된다.코레일 관계자는 "기존 동력집중식 고속철도와 함께 운행하다가 차례로 수명이 다하는 대로 점차 EMU의 비중이 늘어나게 된다. 기존 고속철도의 내구연한과 EMU 출고 일정 등에 맞춰 전체적인 흐름을 조정할 것"이라면서 "영업운전의 시점은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올해 말까지 시범 운전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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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 다가오는 KTX는 어디로…'반수명 대수선' 통한 전면 재조립30년 내구연한 중 15년 안팎을 채운 KTX는 '반수명 정비'라 불리는 대수선을 거치게 된다. 고속철도를 완전히 분리·분해해 수명이 다한 부품을 교체하고, 칸·편성 단위로 안전 시험과 고장수리 등을 거치는 대대적인 작업이다. 15년 안팎의 KTX는 이런 종합적인 기능 시험을 거친 뒤에야 다시 철도 위에 오를 수 있다. 이런 정비가 이뤄지는 곳이 고양시에 위치한 철도차량정비단이다.철도차량정비단은 전체 부지면적이 142만㎡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유지 보수기지다. 경정비와 중정비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기지는 철도차량정비단이 유일하다. 경정비동은 지난 2002년, 중정비동은 2009년 건설을 마친 후 현재 양 동 모두 신축·증축을 추진하고 있다. 철도차량정비단은 KTX와 KTX 산천을 비롯해 EMU-320의 유지보수를 담당한다.반수명 정비는 중정비동에서 이뤄진다. 철도차량정비단은 고속차량 정비 기준에 따라 4개월마다 제한 정비(16만5000km), 8개월마다 일반 정비(33만km), 16개월마다 전반 정비(66만km) 등을 진행한다. 기본 정비는 최대 5000km를 검수 기준으로 삼아 매일 실시한다. 반수명 정비는 15년 안팎 운행이 기준이다.중정비동은 안전한 성능 점검을 위한 각종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다. 먼저 고속철도가 입고되면 리프팅잭을 이용해 분리한 후 트래버서를 통해 작업장으로 이동한다. 이후 전기제동력을 제어하는 '모터블럭 시험기', 배전반 등의 절연상태와 기능을 시험하는 '배전반 시험기', 견인모터와 감속기의 성능을 점검하는 '모터감속기 시험기' 등을 거쳐 성능을 살핀다.특히 고속철도의 핵심장치인 차상컴퓨터 전자제어랙의 성능을 시험하는 시뮬레이터를 운영한다. 전기 자동차 20대가 한번에 움직이는 셈인 KTX의 전체 구조를 컴퓨터 간 연결을 통해 제어할 수 있는 장비다. 지난 2009년 국내 개발에 성공해 국산화했다. 주요 부품을 분해 정비하는 '스마트 팩토리 시스템'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대차블라스트 자동로봇', 잔여수명을 예측하는 '플라잉프로브' 등도 반수명 정비의 주축이 되는 첨단 장비로 꼽힌다.이날 설명회에서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철도차량정비단은 가장 첨단의 시설과 장비를 갖춘 대한민국 고속철도 기술의 메카로, 거대한 규모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고속철도 유지보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국영철도(SNCF)로부터 점검을 의뢰 받아 기술 협조를 하고 있고, 국제철도연맹(UIC) 등 철도 전문가 그룹·국가들의 필수 견학 코스로도 꼽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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