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통상·민생 필수 추경안에 野는 국민 1인당 25만원 주장 지속野 행태에 "국민공감 없이 당리당략으로 추진" 전문가들 비판한은 총재도 "20兆 이상 추경은 안돼" 부작용 우려 목소리정부안, 국회 넘어오면 야당 주도 '맘대로 증액' 가능성
  • ▲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내 정부의 10조원 규모 필수 추가경정예산(추경) 추진 계획을 놓고 여야가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하면서 빠른 합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야당은 추경 편성 자체엔 공감하지만 정부안 대비 3배가 훌쩍 넘는 35조원 규모의 추경을 고집하면서 합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에선 조기 대선을 의식한 야당의 포퓰리즘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1일 관계 부처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현안 관련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열고 "정부는 시급한 현안 과제 해결에 신속하게 집행 가능한 사업만을 포함한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은 재난·재해 대응과 통상 및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민생 지원 등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에 집중된다. 최 부총리는 "이번 산불 등 재난 대응에 필요한 소요를 최우선으로 반영하겠다"며 "신속한 산불 피해 복구와 피해 주민의 온전한 일상 복귀를 위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번 사태와 같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불 예방·진화 체계 고도화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상 리스크 대응과 AI 경쟁력 제고를 위한 투자도 함께 추진한다. 최 부총리는 "글로벌 교역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해 우리 수출기업의 무역 금융과 수출 바우처를 추가로 공급하고 핵심 품목의 공급망 안정 지원도 확대하겠다"며 "글로벌 AI 기술 경쟁을 선도할 수 있도록 고성능 GPU를 추가 확보하고 중소기업 등의 AI 컴퓨팅 접근성 제고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소상공인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신속한 추경 집행을 강조하며 4월 중에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여야의 초당적 협조를 당부했다. 다만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경 자체에는 공감하면서도 당정이 제시한 방안보다 3배가 넘는 35조원 규모의 '슈퍼 추경'을 고집하며 정부의 이번 방안이 그대로 실행되기까지는 여러 진통이 예상된다. 

    실제로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정부가 제시한 10조라는 추경 규모가 당면한 위기 속에서 민생과 경제를 회복시키고 재난을 극복하는 데 유의미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지난 2월 발표한 35조원 규모의 자체 추경안에서 국민 1인당 25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등의 소비 진작 4대 패키지 사업을 추경안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해당 추경안에 포함된 지역화폐 예산은 13조원으로 이미 정부 추경안을 웃도는 규모다.

    민주당은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이라는 주장을 외치고 있지만, 3년 연속 세수펑크 우려가 제기되며 나라 재정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는데도 조기 대선 가능성에 선심성 예산뿌리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무시하고 조세개혁을 추진할 경우 피해는 온전히 저소득층을 비롯한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면서 "국민들이 공감할 만한 곳에 추경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당리당략에 따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20조원 이상의 추경 집행에 대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은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문제에 있을 때 보완하는 역할이지 옛날처럼 경제가 뛰게 만드는 효과를 하는 추경은 부작용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재정정책으로 경기를 부양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재정이 올해 늘어나도 내년에는 그보다 더 늘어나지 않으면 마이너스 효과로 작용한다"며 "추경이 기본적으로 고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우리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구조적인 면도 해결하는 방향으로 추경을 추진하기를 바란다. 그런 면에서 20조원 이상 추경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민주당이 추경안에 담을 구체적인 사업 내용과 규모마저 정부를 패싱하고 자체적으로 판단하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허영 민주당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는 "정부안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것 같은데 (정부안을) 제출하면 여야가 논의해서 규모나 내용을 협의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여당과의 대립각이 커진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예산마저 일률적으로 밀어붙일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최근 75명의 인명피해를 낸 대형 산불과 관련한 예비비에 대해서도 여야는 큰 온도차를 보였다. 민주당은 산불 대응에 예비비 2조4000억원과 부처별 예산, 국고채무부담 등 총4조8000억원이면 산불 재난지원금 마련에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지난해 예비비를 절반가량 삭감하며 산불 대응에 투입될 수 있는 재원이 60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표가 재해 대응 재원이 충분하다는 대국민 사기극을 펼치고 있다"면서 민주당이 산불 대응을 위한 '예비비 추경'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