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처법, 과도한 처벌규정과 모호한 조항에 논란 지속 법원마저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위배 등 지적법 효과 적고 부작용 속출에 與측 "처벌 아닌 예방 중심 개편"
  • ▲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시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과도한 처벌 규정과 모호한 조항으로 위헌성 논란이 끊이지 않던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결국 '위헌' 판단을 받게 됐다. 현실과 괴리된 법 때문에 현장 혼란과 부작용이 많아 오죽했으면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청구했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부산지법은 지난 13일 '부산 중처법 1호 사건'을 심리하는 중,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중처법이 2022년 1월 시행된 이후 법원이 직접 위헌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청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지법 형사4-3부는 부산지역 건설업체 대표 A씨 측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수용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률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판단하는 절차로 사건을 맡은 법원이 대법원을 거쳐 헌재에 부친다. 해당 재판부는 부산지역 첫 중처법 기소 사례인 A씨 사건 항소심을 심리 중이다. 중처법 합법 여부가 헌재에서 논의되는 건 법률 시행 뒤 처음이다.

    사건은 2022년 3월 부산 연제구의 한 공사장에서 일어났다. A씨의 업체 B사에 주차설비 단열 공사를 맡겼는데, B사는 안전 확보 의무 이행 없이 작업하다 외국인 노동자를 숨지게 했다. A씨는 이듬해 12월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이에 항소한 그는 지난해 8월 과잉금지 원칙, 책임주의·평등 원칙, 명확성 원칙 위반을 주장하며 제청을 신청했다.

    과잉금지 원칙 위반에 대해 재판부는 중처법이 시장경제를 흔들 수 있다고 봤다. 민법은 '원청은 하청이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규정하므로 이를 규제하려는 시도는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또 개별 공정을 전문기업에 맡기는 게 일반적이라 대기업도 전 공정을 스스로 통제하지는 못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산업 구조에서 원청이 하청보다 반드시 지위가 높다고 볼 수 없는데 형사 책임은 원청이 모두 지는 것은 정당치 못하다고 했다.

    또한 중처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사망사고에도 하청은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아 상대적으로 낮은 형벌을 받는 반면, 원청은 중처법으로 중형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이는 죄질과 책임에 따라 형벌이 부과돼야 한다는 책임주의에 어긋나며 형벌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중처법의 법 조항 자체가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중처법이 예방하려는 재해가 무엇인지 불명확하며 미필적 고의나 과실만으로도 무거운 형을 부과한다는 점에서 자의적 해석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또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2년 동안 시행한 결과 중대사고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실효성 논란도 불거졌다.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중처법이 오히려 이들의 고용 환경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거론된다. 영세 사업주가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고 직원을 5인 이하로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괴리된 법 때문에 현장에선 직원 수를 5명 미만으로 줄이거나 고령자 채용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반면 법의 효과는 통계상으로 봐도 불분명하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에 대해 정치권도 반응을 보였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과도한 규제라는 논란이 지속된 중처법에 대해 법원이 위헌심판을 청구했다"며 "법을 처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중처법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김 정책위의장은 "지난해 2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상자는 총 1860여명으로 중처법 시행 첫 해인 2022년보다 오히려 12% 늘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며 "이는 중처법 시행으로 단순히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현장사고가 자동으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김 정책위의장은 "경영자 등에게 엄혹한 형사책임을 계속 추궁한다면 유능한 경영자를 현장에서 축출하거나 사업자체를 포기하게 만들어 오히려 근로자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부산지법의 판단을 헌재는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당국은 이미 제정돼서 시행 중인 중처법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2022년 중처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의 사망사고는 통계상 줄었다"면서도 "그러나 중처법이 사망사고 감소세에 영향을 끼쳤는지 여부는 지금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