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대한상의 제주포럼서 경영이념 설파“다른 기업에 비해 앞서있지만 SK 역시 시도 단계 불과”SK의 사회적가치 창출 노력, 국내 넘어 글로벌 기업에도 전파
  • ▲ 최태원 SK 회장이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최태원 SK 회장이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의 경영이념인 사회적가치 창출 성과에 ‘낙제생’이라는 냉철한 평가를 내렸다. 10년간 사회적가치를 추구해왔지만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낸 것.

    18일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 신라호텔에서 17~20일 진행하는 ‘제44회 제주포럼’에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기업의 Breakthrough 전략, 사회적가치 창출’이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최 회장은 “SK가 사회적가치 창출의 퍼스트무버로 꼽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며 “커다란 어젠다 설정만 한 다른 기업들에 비해서는 비교적 앞서있지만 여전히 시도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안정한 글로벌 환경에 SK 역시 돈을 버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로 인해 사회적가치 창출을 신규전략으로 삼아 새로운 수익창출과 이해관계자와 여러 접점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가치 창출이 기업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인 ‘클라이메이트액션100+’를 예로 들며, 이 회사가 세계 100대 기업에 환경오염 및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압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클라이메이트는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글렌코어’에 석탄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주식을 팔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로 인해 글랜코어는 석탄 생산량을 연간 1억5000만톤으로 제한한 상황이다.

    최 회장은 “투자자들은 과거 비용 대비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지만 지금은 다르다”며 “환경과 사회, 거버넌스 등을 따져 지속가능한 기업인지를 판단하고 주주가 아닌 이해관계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꼼꼼히 따진다”고 설명했다.

    최태원 회장은 SK의 사회적가치 평가툴인 ‘DBL(더블보텀라인)’도 소개했다. DBL은 영업이익 등 기업이 창출한 경제적가치를 재무제표에 표기하는 것처럼, 사회적가치 창출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관리하는 것이다.

    SK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2조6680억원이다. 같은 기간 창출한 사회적가치는 약 16조원이다. ▲경제간접기여 18조1098억원 ▲사회공헌 1973억원 ▲비즈니스 -2조3038억원 등이다.

    최 회장은 비즈니스 성과에서 ‘마이너스’가 난 것을 두고 “비즈니스 사회성과 중에서도 환경요인에서 적자가 나타났다. 제조 계열사에서 자원을 많이 쓰고 환경오염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라며 “우리는 특히 환경부문에서 낙제생이다. 지금 이 부문을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이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나란히 앉아있다. ⓒ뉴데일리
    ▲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왼쪽)과 최태원 SK 회장이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나란히 앉아있다. ⓒ뉴데일리
    또한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가치 창출노력이 SK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전파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공기업을 관리하는 국가자산관리위원회(국자위)는 SK와 국내 공기업과 손잡고 사회적가치 측정체계를 만들고 있다. 현지 국영기업의 경영성과 평가에 사회적가치를 포함시키는 것.

    국내 공기업도 SK와 손잡고 사회적가치 측정체계를 구축 중이다. 한국도로공사와 코레일, 코트라, 예금보험공사 등 25곳이 참여 중이다.

    최 회장은 “복잡한 경영환경에서 변화를 찾기 위해서는 사회적가치 창출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며 “사회적가치로 소비자와 관계와 신뢰를 쌓으면 우리는 새로운 경영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끝맺었다.

    한편,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강연이 끝난 후 최태원 회장에게 사회적가치 창출과정에서 임직원이 가장 어려워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질문했다.

    이에 최 회장은 “경영상황도 어려운데 왜 사회적가치를 창출해야 하는가라는 불평이 많았다”며 “일부에서는 몇 년간 진행하다가 흐지부지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딥체인지와 서든데스라는 과감한 표현을 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경영이익만 강조하면 기업이 돌연사할 수 있다는 협박 비슷한 얘기까지 했다”며 “현재 계열사 평가에 경영가치와 사회적가치를 반반으로 한다고 공표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