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투자대상 선정 시 사회적가치 필수 고려유럽, 매년 기업보고서에 의무적으로 CSR 활동내역 기재최태원 회장 “경제적가치만 추구하면 기업은 돌연사”
  •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SK그룹이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글로벌 투자유치와 관련돼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고려할 때 대상기업의 재무성적으로만 판단하지 않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사회적가치와 관련된 부분도 평가하고 있어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더블보텀라인(DBL)을 통해 사회적가치 창출성과를 화폐로 환산해 경제적가치와 함께 재무제표에 표기한다. 수치화하기 어려운 사회적가치를 내부적으로 개발한 수식을 통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측정 시스템을 개발해 활용 중인 것.

    최태원 회장은 지난 18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자본시장은 사회적가치를 테마로 잡고 있다”며 “시장은 그동안 투자를 했으면 얼마를 회수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가치 창출로 해당 기업이 지속가능한지 영속성을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SK그룹도 투자유치와 직접투자 등과 관련해 사회적가치 창출을 신전략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측정을 해야 관리가 가능하고 개선점을 찾을 수 있어 DBL이라는 하나의 수단을 강구했다고 설명했다.

    DBL은 유럽의 선진 CSR 시스템과 비슷하다. 유럽의 글로벌 기업은 예전부터 의무적으로 CSR 활동내역을 공개해왔다. 매년 기업보고서에 관련내용을 기재해왔다.

    또 이들 기업은 투자대상이나 파트너사를 선정할 때 상대방의 CSR 활동내역을 점검하고 관련 보고서를 요구한다. 협업에 앞서 파트너사가 경제적가치에만 집중해 사회적가치 창출에 소홀한지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에서 CSR 활동내역이 기준치에 미달할 경우 사업연계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사업이 중단된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사회적가치 창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 잡았다.

    최태원 회장은 초대형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이 올해 신년사를 전할 때 ‘단순히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자에게 가치를 창출해 이익을 만들어내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라고 말하며 기존과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는 것.

    또 투자를 받았더라도 사회적가치 창출이 미진할 경우 그룹경영에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인 ‘클라이메이트액션100+’를 예로 들며, 이 회사가 세계 100대 기업에 환경오염 및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 클라이메이트는 세계 최대 광산기업인 ‘글렌코어’에 석탄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 주식을 팔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로 인해 글랜코어는 석탄 생산량을 연간 1억5000만톤으로 제한했다.

    최태원 회장은 “경제적가치만 추구하면 기업은 돌연사할 수 있다”며 “영속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가치와 사회적가치의 양립이 필수조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