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품목 3개→1100개… 수입의존도 90% 이상 품목만 48개재계 “3개로도 힘들었는데”… 국내 산업군 전체 타격“중장기적으로 소재 국산화 및 다변화 기회로 삼아야”
  • ▲ 일본 정부가 2일 각의를 열고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연합뉴스
    ▲ 일본 정부가 2일 각의를 열고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했다. ⓒ연합뉴스
    재계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에서 제외되자 망연자실한 상태다. 일본이 반도체 소재 관련 수출규제를 단행한지 1달 만에 화이트리스트에서도 배제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빨간불이 켜진 것.

    2일 일본 정부는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예고한대로 우리나라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가 담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상정해 처리했다.

    개정안은 주무부처 수장인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총리가 연서한 후 공포 절차를 거쳐 21일 이후부터 시행된다. 다음주 중 공포가 이뤄질 것으로 보여 시행 시점은 이달 하순이 유력하다.

    시행이 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영국 등 27개국이 포함된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이제 일본이 ‘리스트 규제대상’으로 정한 1100여개 전략물자를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현지 기업들은 경제산업성의 사전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이 중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화학, 기계 등 일본 수입 의존도가 90% 이상 품목은 48개에 달한다. 

    화이트리스트 제외는 지난달 1일 우리나라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이은 2차 경제보복에 해당해, 재계는 패닉에 빠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수출규제 품목이 3개에 불과했을 때도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은 측정조차 어려웠다”며 “이제 1100개가 넘어가는 상황이 됐으니 국내 산업군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는 지난 1차 수출규제의 타깃이 된 후 소재 수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로 인해 최고위층이 나서 소재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규제 조치 후 일주일 만에 일본을 찾아 사태수습에 나섰고, SK하이닉스에서는 이석희 사장과 김동섭 대외총괄사장이 잇따라 현지를 찾았다. 또 각 사업부와 구매부서 임직원들은 중국과 대만, 러시아 등을 찾아 대체자원 확보에 애를 썼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1차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 제외까지 엎친데 덮친격”이라며 “양국의 정치외교적 상황에서 발생한 사태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생산라인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소재 확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유일한 대응책”이라고 토로했다.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것이란 관측에 따라, 국내 산업에 사용되는 소재·부품의 국산화를 이때 이뤄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우리나라 산업구조에서 일본에 의존도가 높은 고위험 품목은 83개이며, 이 중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는 37개”라며 “정치적 이슈와는 별개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소재·부품의 국산화는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 수출규제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소재 확보 라인에 다변화를 가져가고 있다”며 “각 소재 장비 품목에 대한 국산화도 계획중”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에 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의 국무회의 모두발언은 실시간 생중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