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 김홍근 씨에게 34만주 증여… '포스트 임상 3상' 대비향후 임상 3상 성공 시 '증여세 폭탄' 회피 위한 증여로 분석돼무리한 주가 부양 시도 '의혹'… 증선위 경징계 논란 불씨 남아
  • ▲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헬릭스미스
    ▲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 ⓒ헬릭스미스

    헬릭스미스(전 바이로메드)가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 성공 자신감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가 자녀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536억원 규모의 지분을 증여한 것은 그러한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헬릭스미스는 내달 23~27일 VM202의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에이치엘비, 신라젠이 연이어 글로벌 임상 3상에 실패한 터라 헬릭스미스의 임상 결과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런 가운데 헬릭스미스는 내부적으로 임상 성공을 점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어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5일 우리사주조합 청약 3만 3000주가 완판된 데 이어 헬릭스미스 임원진이 지난 7~9일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매입한 것이다.

    지난 5일 완료된 우리사주조합 수요 예측에서는 배정물량 대비 170% 초과 청약 희망이 있었다. 또한, 우리사주조합 가입 자격이 없는 사내 등기이사 3명을 제외한 모든 직원이 참여했다. 김선영 대표도 배정된 물량의 120%를 초과 청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8일에는 나한익 최고재무책임자(CFO)가 1억 374만원으로 자사주 700주를 사들였다. 서제희 글로벌사업본부 본부장도 9956만원을 들여 지난 9일 자사주 644주를 매입했다. 손미원 부사장은 지난 12~13일 1억 6633만원을 들여 자사주 1000주를 장내매수했다.

    특히 김선영 대표가 지난 8일 자녀로 추정되는 김홍근 씨에게 의결권 있는 주식 34만 1125주를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김 대표의 지분율은 10.26%에서 8.30%로 줄었다.

    증여한 주식의 처분가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8일 종가(15만 7100원) 기준을 적용하면 535억 9074만원 규모로 추산된다.

    여기에 김홍근 씨의 헬릭스미스 주식은 지난 14일에는 유상신주 취득으로 12만 156주 늘어나 총 34만 6993주(2.03%)를 보유하게 됐다. 최대주주 김 대표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증여는 최근 헬릭스미스 주가가 저평가돼 있고, 향후 임상 3상 성공 시 지분을 증여할 경우 거액의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계산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즉, 김 대표는 이번 임상 3상이 성공할 것이라는 상당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VM202의 임상 3상이 실패할 경우 김홍근 씨가 수십억원대의 증여세를 주식담보대출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헬릭스미스의 주가는 15만 7100원으로 헬릭스미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감행한 5월28일(21만 8200원)보다 28.0% 하락한 상태다. 헬릭스미스는 유상증자 이후 주가 하락을 겪고 최근에는 '신라젠 쇼크'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대폭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시기에 김 대표가 친인척에게 지분을 증여한다는 건 임상 3상이 성공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헬릭스미스는 최근 VM202의 임상 3상 이후 상업화를 위해 지은 브랜드명 '엔젠시스(ENGENSIS)'를 공개하고, 시장에 도는 루머 해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 결과보다는 '포스트 3상(post-phase 3)' 시대를 대비해 왔다면서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다.

    헬릭스미스는 포스트 3상의 일환으로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의약제조 면허 획득, 신디 피셔 영입을 통한 시판허가(BLA) 팀 조직, 제노피스에서의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생산 시작 등을 실시했다. 잠재적 파트너와의 협상력 강화를 위해 약가 산정, 높은 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임상시험, 적응증 확대 등도 추진 중이다.

    헬릭스미스 관계자는 "다양한 포스트 3상 활동들을 '자신감의 발로'로 봐달라"며 "아직은 공개하지 못한 많은 일들이 추진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주가를 무리하게 부양시키기 위한 시도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상황에 따라 증여를 취소하거나 증여 이후 바로 매각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헬릭스미스는 지난 5월28일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발표해 주가가 하루 만에 주가가 13.89%(3만 300원) 급락한 바 있다. 바로 전날 장 마감 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헬릭스미스 분식회계에 대해 ▲증권발행 제한 2개월 ▲감사인 지정 1년 ▲시정 요구 등의 경징계를 내려 논란을 일으켰다. 금융감독원이 헬릭스미스에 대해 '중과실 가중치 최대'를 적용했으나, 증선위가 2단계를 감형한 것이다.

    더구나 증선위가 해당 공시를 헬릭스미스 유상증자 전날 오후 6시 반경에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치 증선위의 공시가 헬릭스미스의 유상증자 발표까지 기다려준 듯하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