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구입액 뇌물 판단… 고법서 최종 형략 확정대법 "사용 처분권 취득시 물건 자체가 뇌물"법정형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 혐의는 무죄
  • 대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2심 결론을 파기함에 따라 최종 형량이 결정될 서울고등법원으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상고심은 삼성 측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한 말 3마리를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의 실체가 있었는지 등이 최대 쟁점이었다. 

    당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의 1심 재판부는 모두 말들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판단, 말 구입액 34억원이 뇌물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최씨가 말을 실질적으로 소유한다는 인식은 했지만, 형식상 소유권은 삼성이 가지고 있었다고 봤다. 이에 말 구입액이 아닌 구체적으로 산정이 불가능한 '말 사용료'만 뇌물액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의 판단과 달리 모두 뇌물로 봤으며 경영권 승계 현안이 있었다며 제3자 뇌물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했다. 3마리의 마필이 삼성 명의로 있었지만 실질적인 사용 및 처분 권한은 최순실 씨에게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법원은 "소유권까지 취득하지 않았지만 실질적 사용 처분권을 취득하면 그 물건 자체를 뇌물로 봐야 한다"며 "사용 권한을 최씨에게 준다는 '의사의 합치'만 있다면 뇌물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역시 달리 판단하라고 했다.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과 그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는 판단에서다. 부정 청탁의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2심의 판을 뒤집은 것이다. 

    이에 따라 2심과 달리 횡령 금액은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말 구입액 34억원에 더해 영재센터 지원 혐의액 16억원 등이 더해져 총 뇌물액수는 5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죄는 횡령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경우 3년 이상의 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일 때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에만 가능해 이 부회장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결한 점은 다행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재산국외도피죄는 도피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일 때 5년 이상의 징역으로, 50억원 이상일 때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한다. 

    1심이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실형으로 선고한 데에는 이 사건의 본질을 정경유착으로 잘못 판단한 점 외에도 재산국외도피죄를 유죄로 판단한 점이 컸다.

    항소심은 1심 판결의 위법성을 지적하면서 재산국외도피죄를 무죄로 판단했는데, 대법원은 이러한 항소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이 사건의 시발점이자 뇌물액수도 가장 큰 재단 관련 뇌물죄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삼성 변호인단은 "대법원이 뇌물 공여죄를 인정한 부분은 다소 아쉽다"며 "그럼에도 형이 가장 무거운 재산국외도피죄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부분은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