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이재용 부회장에 '파기환송' 판결메모리 사업 악화 속 '총수 부재' 리스크 부상경제계 "비메모리 등 미래사업 육성 어려움 찾아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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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지 못하면서 그룹의 경영 위기감도 잔재하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악재까지 겹친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장기화되면서 시스템반도체 등 계획된 투자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삼성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승마지원을 위해 제공한 말 3필 구입액 34억원이 추가로 뇌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심에서는 소유권 자체가 넘어갔다고는 판단하지 않아 말 구입액을 제외한 사용대금 36억원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결국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70억원으로 늘어났다. 또 재판부는 2심에서 뇌물로 인정하지 않았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도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지난해 2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된 바 있다.

    하지만 대법원의 이번 파기환송 결정으로 재구속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처럼 오너 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되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의 경영 행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서 이 부회장이 구속됐던 기간 동안 대규모 투자와 M&A에 대한 결단을 쉽사리 내지 못했으며 이전부터 검토해 왔던 평택 제2 생산라인 투자도 지지부진했다.

    실제 삼성은 총수 부재 리스크 영향으로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M&A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유형자산 투자액은 2017년 42조7922억원에서 지난해 29조5564억원으로, 30.9% 감소했다. 올 상반기도 전년 동기 대비 7조원 이상 줄어든 10조6850억원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을 중심으로 침체를 겪고 있는 반도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히면서 국내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었지만, 재판이 또 다시 미궁 속으로 빠지면서 과감한 결단에 제약이 걸릴 공산이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직후 입장문을 통해 "경영계는 이번 판결로 삼성그룹의 경영상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우려한다"며 "삼성그룹이 비메모리와 바이오 등 미래사업 육성을 주도하는 상황에 어려움이 또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일본의 정치 보복성 수출규제 등으로 사업에 위기가 찾아오자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협력사들을 만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지만, 재판의 장기화로 이같은 해외 거래선들과의 접촉도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 부회장은 대외 불확실성 등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사장단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사업장을 차례로 점검하는 등 현장경영에 나서며 현안 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던 만큼 이번 판결이 더 아쉬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전문경영인 체제가 갖춰져 있지만, 기업 총수의 상징성과 무게감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은 이 부회장과 관련해 "전문경영인이 할 수 없는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있어도 수조원이 들어가는 대형 M&A나 투자를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며 "삼성의 경우 총수 리스크로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M&A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이번 판결로 다시 재판을 받아야 하게 된 만큼 해외 출장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