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배원복 경영지원본부장 선임 예정중장기 실적 발판 불구 '디벨로퍼 강화' 차원건설 매출 83% 불구 '건설통' 없어… '알맹이 없다' 지적도
  • ▲ 대림산업 박상신 대표이사 부사장(좌)과 배원복 경영지원본부장. ⓒ대림산업·대림오토바이
    ▲ 대림산업 박상신 대표이사 부사장(좌)과 배원복 경영지원본부장. ⓒ대림산업·대림오토바이

    배원복 경영지원본부장이 대림산업 사내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박상신 현 대표이사(부사장)가 대표이사직 사의를 표한 만큼 대표로 올라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디벨로퍼 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사내이사에 '건설통'이 전무하다보니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더군다나 실적 반등은 물론,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의 밑바탕을 그려둔 박상신 대표가 임기를 절반 밖에 채우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1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배원복 본부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박상신 대표는 대표 자리에서 사임할 전망이다. 지난해 3월 3년 임기로 취임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임기 절반 만에 내려오는 셈이다. 2017년 8월부터 맡아오고 있는 사내이사직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사임 후에는 종전의 주택사업본부장 직을 맡을 예정이다.

    배 본부장이 박 대표를 대신해 수장 자리에 오를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그가 대림산업의 새 대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배 본부장이 사내이사에 오르지만, 대표이사에 오를 지는 미지수"라며 "16일 주주총회가 끝나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이 디벨로퍼로서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배 본부장을 전격 발탁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림산업은 전통적으로 건설사업본부와 유화사업본부로 나뉘어 운영된다. 현재도 박 부사장(건설사업부 총괄)과 김상우 부회장(석유화학사업부 총괄)의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디벨로퍼는 프로젝트의 발굴부터 기획, 금융조달, 건설, 판매, 관리, 운영을 아우르는 것으로 대림산업이 디벨로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각 사업본부의 융합과 시너지가 중요하다. 실무를 담당하는 각 본부장보다 회사 전체 경영을 바라보는 경영지원본부장이 대표이사를 맡는 것이 디벨로퍼 사업 강화에 유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 본부장은 LG전자 출신으로 핸드폰사업을 하는 MC사업본부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LG전자 오디오사업부, 경영혁신팀을 거쳤다. 2001년 MC사업본부 상무가 된 후 디자인경영센터장, 마케팅센터장을 역임했다. 2017년 영업그룹 그룹장(부사장)을 마지막으로 30년이 넘는 LG 생활을 청산했다.

    LG에서 근무할 당시 상품 기획과 디자인, 전략사업개발 등 '기획통'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LG전자에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의 기술 전환을 주도한 핸드폰 상품을 기획하고 이후 초콜릿폰, 샤인폰 등을 통해 LG전자 핸드폰 사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CDMA상품기획팀을 이끌던 2001년 만 39세에 상무로 승진해 30대 대기업 임원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대림산업 본사. ⓒ성재용 기자

    대림그룹에는 지난해 3월 영입됐다. 대림산업이 최대주주로 있는 대림오토바이의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업무를 시작했다. 약 1년4개월이 지난 올해 7월 대림산업으로 적을 옮기면서 그룹의 핵심에 진입했다.

    무엇보다 이번 주총이 사실상 배 본부장을 위해 열리는 것인 만큼 그룹 수뇌부의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내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그에 대한 평가가 우호적이라는 후문이다.

    실제 경영지원본부는 올해 경영지원팀으로 운영하다가 배 본부장이 대림산업으로 이동하자마자 본부로 승격됐다. 그에 대한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박 대표가 내려가면 사내이사에 건설 전문가가 단 한명도 없게 된다. 대림산업은 상반기 기준 2015년부터 5년간 건설사업부문의 매출 비중이 83.4%에 달하는 건설기업이다.

    대림산업 사내이사에 주택사업본부장, 토목사업본부장, 플랜트사업본부장 등 건설 전문가가 한 명도 없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위한 인사라고는 하지만, 건설 전문가가 빠진 것을 두고 '알맹이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더군다나 박 대표의 경우 최근 호실적은 물론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 달성 등 중장기 실적 개선의 발판을 마련한 주역이다.

    앞서 대림산업은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액 4조7896억원, 영업이익 5386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매출액(5조7930억원)의 경우 17.3% 감소한 반면 영업이익(4732억원)은 13.8%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시공능력평가 상위 9개사 가운데 가장 많을 뿐더러 전년대비 증가율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9개사 평균 영업이익은 2999억원이며 평균 6.36%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8.16%에서 11.2%로 3.08%p 뛰면서 이 역시 9개사 중 최고 증가율을 보였다. 9개사 평균 영업이익률은 5.39%이며 평균 0.97%p 하락했다.

    이익 개선 요인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17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분양된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초기 완판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2~3년간 원가 절감 및 예비비 환입, 정산 등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대림산업은 하반기 매출 5조3516억원, 영업이익 5011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매출(5조7930억원)은 7.62% 줄어든 반면 영업이익(4732억원)은 5.91% 늘어난 수치다.

    무엇보다 상반기 실적을 감안하면 연간 매출 10조1412억원, 영업이익 1조398억원으로 사상 첫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게 된다. 매출액도 창립 이래 처음으로 3년 연속 10조원 초과 기록을 이어가게 된다.

  • ▲ 자료사진.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전경. ⓒ대림산업
    ▲ 자료사진.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 전경. ⓒ대림산업

    이 같은 실적 개선에는 박 대표의 위기관리능력이 있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는 대림산업의 자회사인 삼호에 1984년 입사한 이후 2016년 고려개발로 이동할 때까지 32년을 몸담았다.

    삼호가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에 진입했던 2014년 경영혁신본부장을 맡아 엄격한 사업성 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채산성이 부족한 사업은 과감히 철수해 재무건전성도 높였다.

    이를 통해 삼호는 2016년 12월 매출액 9113억원, 영업이익 921억원을 기록했고 8년 만에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삼호를 부활시킨 공로로 박 대표는 대림산업 주택사업본부장으로 발탁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 비중이 높은 것과는 별개로 사내에서는 건설 부문이 유화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박 부사장과 함께 대표직에 오른 김상우 부회장보다 직급이 두 단계 아래라는 점이 건설 부문의 사내 대우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대림그룹 내 LG그룹 출신 임원들의 입지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현재 대림산업 이사회에는 LG그룹 출신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전 LG전자 부회장인 남용 고문이 이사회 의장을 하고 있다. 지난해 배 본부장을 추천한 것도 그다. 남 고문은 또 허인구 전 LG전자 가정용에어컨(RAC)사업부장도 대림자동차 사내이사로 영입했다. 허인구 전 RCA사업부장은 사내이사가 된 지 약 한 달 만에 대표로 올라섰다.

    배 본부장 취임 이후 대림오토바이 후임 대표도 LG 출신인 윤준원 대표가 맡았다. 윤 대표는 1986년 LG증권에 입사한 이후 LG그룹 회장실과 LG유플러스 등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또 지난해 5월부터 대림산업에 근무하고 있는 이기선 CPO(최고인사책임자, 실장)도 LG전자 출신이다.

    대림의 'LG 사랑'은 오너 일가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이해욱 회장의 부인은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다. 이 회장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조카사위이며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과는 처사촌 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