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장비, 2005년 이후 생산 중단"부품 수급 불가능" VS "고유번호 계속 사용" 주장"이용 차질 불가피과기정통부 명확한 방향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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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재일 의원실 제공

    SK텔레콤이 10월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에 2G 서비스 종료를 신청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당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존 2G 사용자들은 '01X' 번호로 3G·4G LTE·5G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달라 주장하고 있다. 업계는 2G망 장비 노후화와 부품수급 문제로 향후 이용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여 2G 종료에 대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G 서비스, 국가자원 비효율적 활용의 원흉"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의원이 과기정통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2G 기지국 및 중계기 고장 건수는 2017년 1만 8538건에서 2018년 2만 3141건, 올해는 상반기에만 1만 5582건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변 의원 측은 "2G망은 상용화 준비기간을 포함해 약 25년째 운용 중이며 핵심장비 생산은 2005년 전후로 중단되 추가부품 수급이 어려운 상태"라며 "현재는 사업자들이 비축한 부품을 활용하고 있으나, 이마저 소진되고 나면 장비 유지보수가 더 이상 불가능해져 최악의 경우 통신재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2G 가입자 중 실사용 회선은 전체 통신회선의 0.9%에 불과하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한 2G주파수와 01X 번호자원 등 한정된 국가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19년 8월 기준 2G 가입회선 117만 4000여 건 중 실제 일반 가입자가 사용하고 있는 회선은 SK텔레콤 30만 3000여 건, LG유플러스 27만 6000여 건 등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8만 건은 3개월 간 사용이력이 전혀 없으며, 나머지는 이동통신사들이 기지국 관제를 위해 사물통신(M2M) 회선으로 사용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2G에서 5G까지 각 통신 세대별 트래픽 비중을 보면, 2G망 트래픽은 전체 트래픽(312만 1082TB)의 0.0004%(14TB)로 0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주파수 사용률도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의 경우 2G망 구축 및 유지보수에 드는 비용대비 수익률(원가보상률)이 2014년 이후 지속 하락세를 보였으며, 2G망 계속 운용에 따른 효용이 지속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2G 종료가 시급한 또 다른 이유로 2G 사용자 대부분이 구형 단말을 사용한다는 점을 꼽고 있다. 구형 2G 단말은 재난문자 수신이 불가능해 각종 재난 발생 시 안전에 관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받지 못한다. 가입자들이 피해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01X' 사용자 "몇 십년간 써온 내 고유번호 계속 쓰고 싶다"

    그럼에도 2G 가입자들이 해당 서비스 이용을 고수하고 있다. 2G를 사용 중인 가입자는 지난 6월 기준 134만 여명에 달한다. 전제 이동통신 가입자 수의 1% 수준이다.

    이들이 해당 서비스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01X' 번호 유지다.

    실제 '010통합반대운동본부' 등 2G 서비스를 계속 원하는 이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기존 01X 번호로 3G, 4G LTE, 5G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몇 십년간 해당 번호를 써서 애착이 감은 물론, 그간 주변 사람들에게 해당 번호로 알려져 갑자기 번호를 변경해야 처사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에 업계는 정부가 2004년 '010 통합정책'을 시행하면서 3G 이상의 서비스에는 무조건 '010'을 써야하며, 2G 주파수의 정부 반납 시한이 2021년 6월로 얼마 남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업계는 현재 01X 번호를 2G 이외 3G, LTE, 5G 등 다른 통신세대에서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2G 서비스 종료시 IoT 장비 부여번호 등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 결단력 있는 행동 절실"

    이에 정부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운다.

    KT는 이통3사 중 유일하게 2011년 11월 2G 서비스를 종료했다. 당시 01X 사용자가 010으로 변경할 경우 한시적으로 01X 사용을 허용했다. 업계는 SK텔레콤, LG유플러스 2G 고객 대상 이 같은 유예를 두고 2G 종료를 통한 소비자 편익을 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2G 서비스 이용자들의 법적 분쟁 움직임도 예상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확실한 방향을 잡지 못하면, 시장의 혼란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2012년 KT가 2G를 종료했던 당시 01X 사용자 1681명이 정부의 번호통합 정책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각하됐다. 올초 SK텔레콤이 2G 연내 종료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SK텔레콤 2G 사용자 630여명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10월말 SK텔레콤이 2G 서비스 종료를 과기정통부에 정식 신청하고 LG유플러스까지 서비스 종료 움직임을 보이면, 2G 이용자들의 반대움직임이 더욱 터질 것이란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 "과기정통부는 2011년 KT의 2G망 서비스 종료 기준을 2019년에도 적용하는 경직된 제도 운영으로 한정된 공공자원의 비효율적인 활용을 자초하고 있다"며 "01X 번호를 유지하고 싶은 2G 이용자들이 번호자원의 통합 관리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