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이 해법 찾아달라"노동존중 기조는 유지"투자 등 기업 의지를 꺾지만 말아 달라"
  •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이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정책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에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이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정책간담회에서 손경식 경총 회장에 머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해 경제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경총이 난국을 타개할 해답을 제시해달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말이다. 그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에 맞서고 있지만, 부족함이 있다며 경제단체에 손을 내밀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회장 등 경총 회장단이 참석했다.

    이른 시간에 열린 행사임에도 김상조 실장이 가진 청와대에서의 입지 등을 감안해 주요기업 고위임원이 대거 자리했다.

    김상조 실장은 정부만으로는 국내 노동시장의 변화와 노사관계의 현실에 따라가지 못한다고 자책했다. 그는 현 정부의 경제 콘트롤타워다. 이에 따라 경총은 이호승 경제수석이나 주형철 경제보좌관이 아닌 김 실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기업하기 어려운 현재 국면을 설명하고, 규제 혁파를 요청하려 했다.

    그러나 실제 간담회가 시작하자 오히려 김상조 실장이 경총에 해답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주객이 전도된 모양새였다. 김 실장은 주52시간제와 관련해 경총이 현재 보다 더 많은 힘을 써줄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50인 이상 300인 미만’ 기업의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보완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경제계가 바라는 1년 이상이 아닌 불과 9개월이란 시간만 유예기간으로 주어져, ‘반쪽짜리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실장은 “주52시간제와 관련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고육지책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노사정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가 국회에 계류돼 입법이 절실한 상황이다. 경총이 국회의 논의진전을 이끌 수 있도록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아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영계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기업현장의 부담을 덜어줄 대안으로 보고 있다. 탄력 근로기간이라도 늘어야 그나마 현장일선에 숨통이 트일 수 있어서다.

    단, 이 법안은 국회에 반년 넘게 계류 중이다.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기간을 최대 1년으로 늘리고, 특별 연장 근로제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노사정이 합의한 6개월을 통과시켜야한다고 대치 중이다.

    정부는 국회의 정쟁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관망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제단체에 고개를 숙였다. 대표 사용자단체인 경총이 앞장서 작금의 어려움을 이겨내는데 도움을 달라는 읍소다. 경제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의 한계가 또 한번 드러난 셈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기업의 힘만으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는 어렵다”며 “투자확대 등 기업을 하고자하는 의지를 정부가 꺾지만 말아 달라. 경제계의 의견을 듣고 기업인들이 더욱 힘을 낼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