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헌 본부장 "글로벌 물동량 늘리고 창구 역할 충실히"내년 2만3000TEU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카보타지 해제 앞두고 차별화된 서비스 부심
  • ▲ 정재헌 부산지역본부장.ⓒ엄주연 뉴데일리경제 기자
    ▲ 정재헌 부산지역본부장.ⓒ엄주연 뉴데일리경제 기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모항인 만큼, 차별화된 서비스로 물동량을 늘리고 대외적 창구 역할에 집중하겠다"

    정재헌 현대상선 부산지역본부장이 취임 이후 처음 밝힌 포부다. 부산지사가 본부로 격상된 이후 첫 방향키를 잡은 만큼, 정 본부장의 차분한 말투에는 막중한 책임감과 비장함이 묻어났다. 부산신항을 글로벌 항만으로 만들기 위해 물동량을 늘리는 동시에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지난 14일 오전 부산에 위치한 현대상선 부산지역본부를 찾았다. 부산지사는 올해 8월 본부로 격상됐다. 본부로 격상되면서 부산지역뿐만 아니라 광양, 울산, 마산 사무소를 통합해 경남지역을 대표하는 본부가 됐다.

    부산지사의 본부 격상은 부산신항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내년에 2만3000TEU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를 앞두고 현대상선 모항의 중요성이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회사 내에서도 재도약의 마중물이 될 부산본부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정 본부장의 책임감도 막중할 수 밖에 없다. 정 본부장은 영업에만 30년 동안 몸담았던 베테랑이다. 1995년 아주수출영업부를 시작으로 해외에서는 대련, 청도를 비롯해 최근 태국법인까지 오랜 기간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본부장의 적임자로 손색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본부장은 "부산이 한국에서 가장 큰 선사인 현대상선의 모항인 만큼, 회사서도 본부격상을 통해 부산본부가 대외적 창구역할을 해야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초대형 선박 인도에 맞춰서 인원도 늘리는 등 배가 잘 지어질 수 있도록 회사 전체가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2020년 4월부터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투입한다. 총선복량만 27만6000TEU다. 이 선박들은 차례로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될 예정이다. 초대형선 도입으로 현대상선은 효율성과 동시에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부산본부의 역할에 대해 "지원부서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본사에 빨리 피드백하는 것"이라며 "본사의 기본 방침과 의도를 접목시켜 대외창구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부산본부도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교육을 통한 내부 시스템 정리 작업과 더불어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수시로 회의를 열고 있다.

    기대만 있으면 좋으련만 고민도 깊었다. 부산신항의 환적물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환적화물은 부산항에서 배를 바꿔 다른 나라로 가는 화물을 뜻하는데, 부산신항의 경우 전체 물동량 중에서 50% 정도를 차지한다. 

    실제로 부산신항이 처한 상황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중국이 카보타지를 해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선사들의 환적화물 이탈이 예상되는 것도 걱정거리 중 하나다. 카보타지는 외국적선의 연근해수송 금지하는 정책으로, 해당 정책이 해제되면 중국으로 물량 이탈이 현실화 될 수 있다. 

    정 본부장은 "부산항만공사에서도 중국의 카보타지 해제로 부산항 물동량이 250만TEU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항만의 중요성은 규모로 대변된다. 카보타지 해제로 부산항 환적물량의 10% 이상이 줄어들게 되면,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덴마크 선사 머스크 같은 경우도 비용 절감을 위해 부산을 경유해서 환적하는 물량을 줄이는 추세"라며 "시간이 5~6일 더 걸리더라도 직계항을 통해 비용을 줄이는 정책으로 가는 추세라 부산신항에 환적물량이 줄고 있는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정부는 화물운송시장의 기반 안정화를 위해 내년 1월 1일부터 터미널에서 운영되는 화물차에 안전운임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아직 운송요율은 공표되진 않았으나 화물업계가 '최저운임'을 보장받게 된 대신, 선사들은 비용 부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 본부장은 "외국적 선사들은 어떻게든 비용을 줄이고 인센티브를 많이 주는 터미널로 옮겨가려고 한다"면서 "한국에서 영업하면 요율을 낮춰주고 인센티브를 줘야하는데, 내년에는 비용 인상 요인이 있어서 그 부분이 환적물량이 감소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본부장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강조했다. 그는 "정시성을 비롯해 서비스를 차별화시키기 위해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화주 입장에서는 운임도 낮아야 하지만 정시성이 가장 중요하다. 정시성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터미널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는 "대형선이 들어오고 물량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터미널이 필요하다"면서 "국적선사가 새로 완공되는 터미널을 운영하게 되면, 그만큼 여유를 가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향후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 부두 2-5단계(3선석 1050m, 사업비 5400억원)는 2022년 상반기에, 2-6단계(2선석 700m, 사업비 3700억원)는 2026년에 개장될 예정이다. 부산항만공사는 부두 운영사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 외에도 환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부산항 신항 터미널 간 ITT(터미널 간 환적화물 운송) 문제도 고심하고 있다. 이 일은 영업관리부서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ITT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적절한 협의를 통해 내년에는 비용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화주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는 "동일한 운임과 서비스 조건이면 가능하면 국적선사를 이용해달라"면서 "정책적으로도 정부가 현재 상황을 화주에게 좀 더 절실하게 알려주는 부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