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 중고차 소매시장… 롯데·SK·AJ 저울질 한창

대기업이 중고차 소매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렌터카 기업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렌터카 업계에선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로 중고차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진입을 가로 막던 중고자동차 소매 시장 규제가 풀리면서 렌터카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그동안 중고차 소매 시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규제돼 대기업들은 관련 사업에 진출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뒤바꼈다. 앞서 2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제도가 일몰을 맞았고, 이후 동반성장위원회가 직접 나선 것.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달 전체회의를 열고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동반성장위의 의견서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정부가 상생협약 등의 조건으로 대기업 진출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지만, 업계에선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렌터카 사업을 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중고차 소매 시장 진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검토는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거나 아직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소매 시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벗어나 사업 진행에 있어서 불확실성은 사라졌다"면서도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이 있어 관련 사업 검토에 대해 말하기 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들어 중고차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자동차 이전등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77만여대의 중고차가 거래됐다. 지난 2011년 332만대 수준에서 13% 이상 늘어난 규모다. 거래 대수 기준으로는 신차 시장의 두 배 수준에 달한다.

중고차 매매업에 대한 규제가 풀리면, 기존에 경매시장을 운영해오던 현대글로비스, 롯데렌터카 등 대기업 계열사가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AJ네트웍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중고차 경매장을 운영하는 만큼, 사업 확장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롯데렌터카 측은 "당사는 자동차매매사업조합 연합회와의 우호적인 관계 구축을 통해 중고차 딜러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현대글로비스와 SK렌터카 측은 관련 사업에 대해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는 대기업의 시장 진출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여전한데다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AJ네트웍스를 주목하고 있다. AJ네트웍스는 AJ렌터카 매각 이후 중간지주사인 AJ M을 설립하고, 모빌리티 사업 등 미래 먹거리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AJ네트웍스가 이번 기회에 중고차매매를 하고 있는 AJ셀카를 앞세워 사업 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대기업들의 중고차 소매 시장 진출은 플랫폼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상품을 통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회사들은 중고차 매매업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고차 시장에 변화를 몰고왔다. 대표적으로 중고차 등록대수 1위 업체인 KB캐피탈이 운영하는 플랫폼 'KB차차차'은 하루 평균 5만명 이상이 찾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중고차 소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직접 사업에 나서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먼저 금융회사들과 마찬가지로 플랫폼 형태로 사업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