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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혈압 치료제 원료 '발사르탄'을 시작으로 올해 위장약 원료 '라니티딘', '니자티딘'으로 이어진 발암 우려 물질 검출 사태가 당뇨병 치료제 원료 '메트포르민'까지 확산될까 우려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은 최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검사에 착수했다.
앞서 싱가포르 보건과학청(HSA)은 지난 4일(현지시간) 메트포르민 성분 당뇨병 치료제 3개 품목에서 발암유발물질 NDMA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는 HSA가 현지에서 판매되는 46개 메트포르민 의약품의 불순물을 조사한 데 따른 것이다.
식약처는 싱가포르에서 회수된 3개 메트포르민 제품이 국내로는 수입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했다.
하지만 국내서도 문제가 불거질 경우 메트포르민은 발사르탄, 라니티딘과 비교해 파장이 훨씬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트포르민은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처방되는 1차 치료제로 앞선 사례와 달리 대체의약품이 없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다만 싱가포르에서 발암 우려 물질이 검출된 제품의 국내 유입이 없고, 미국과 유럽에서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식약처가 당장 전수조사 등을 진행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특히 라니티딘과 니자티딘 사태 이후 식약처가 원료의약품에 대한 불순물 관리대책을 발표한 만큼 업체의 자체적인 조사를 그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는 합성 원료의약품 전체에 대한 NDMA 등 불순물 검출 여부에 대한 조사를 업체가 실시하고 내년 5월까지 발생가능성 평가를 보고해야 한다.
합성 원료의약품 제조·수입업체 및 사용 완제업체들은 NDMA 등 불순물이 그 제조 또는 보관과정에서 오염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평가한다.
발생가능성 평가는 해당 원료의약품 제조공정·자체분해 등 영향과 완제의약품 보관조건 등 영향에 따른 발생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하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체 지시와는 별개로 식약처 차원의 각종 원료의약품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불순물 검출 사태로 인한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메트포르민까지 사태가 확산될까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제약사 36곳은 발사르탄 사태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환자들에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교환해주면서 투입된 금액인 20억3000만원 규모의 구상금을 납부할 것으로 요구한데 반발해 서울중앙지법에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순물에 대한 유해성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중단으로 제약사들이 짐을 떠안게 되는 상황"이라며 "메트포르민은 발사르탄, 라니티딘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규모가 큰 성분이기 때문에 발빠른 대응을 위해 업체별 자체 검사 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