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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니자티딘 계열 의약품에 대해 조사하면서 제약업계가 '제2의 라니티딘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이미 니자티딘 대체약을 발빠르게 모색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니자티딘 계열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 97개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제약업계에서는 니자티딘 계열 의약품에 대해서도 판매 중단 조치가 내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 이어 미국에서도 니자티딘에서 N-니트로소디메틸아민(이하 NDMA)가 검출되면서 국내에서도 불순물이 검출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니자티딘은 라니티딘과 동일한 H2 차단제 계열로, 최근 일본 오하라약품공업의 니자티딘 함유 의약품에서 NDMA이 관리수준 이상 검출되면서 자진회수(1등급)에 들어가게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개사의 니자티딘제제에서 NDMA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해당 제제에서 검출된 NDMA는 기준치 미만이라 자진 회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1일 전국 의사회원들에게 니자티딘에 대한 처방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일부 제약사는 니자티딘 성분의 위장약의 자체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달 28일 니자티딘 성분의 위궤양치료제 '액시딘 캡슐'의 원료와 완제품에서 불순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자체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발빠르게 니자티딘을 대체할 위장약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니자티딘에서도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라니티딘 사태와 마찬가지로 바로 판매 정지, 회수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니자티딘에서도 불순물이 검출될 것으로 예상되고, 라니티딘 사태와 마찬가지로 바로 판매 정지·회수 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제약사들이 니자티딘의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대체약으로 틈새시장 경쟁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H2 차단제 계열의 성분으로는 라니티딘과 니자티딘 외에 시메티딘, 파모티딘, 라푸티딘, 록사티딘 등이 있다. 라니티딘 사태 이후 제약사들은 니자티딘, 시메티딘, 파모티딘, 라푸티딘 등의 대체 성분의 약으로 영업해 왔다.
파모티딘 계열의 위장약인 '파미딘정', '가스터', '한미파모티딘' 등을 내세워온 종근당, 동아에스티, 한미약품은 해당 대체약 홍보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메티딘이나 라푸티딘 성분의 위장약도 대체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보령제약은 라푸티딘 성분의 '스토가'의 자체 검사 결과를 공개하는 등 안전성을 적극 홍보했다. 보령제약의 스토가는 라니티딘 판매 중지 이후 대체약으로 떠오르면서 유비스트 기준으로 3주간 H2 차단제 시장에서 처방률 1위를 차지했다.
PPI나 제산제,방어인자증강제 등이 대체제로 주목 받고 있다. PPI는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역류성식도염 등의 적응증이 있다. 위염의 경우 제산제나 방어인자증강제가 대체제로 쓰일 수 있다.
위산분비 차단제인 CJ헬스케어의 '케이캡'도 반사이익을 톡톡히 볼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캡은 국내서 처음 발매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계열의 약물이다.
일각에서는 니자티딘이 판매 중단이 되더라도 라니티딘 사태에 비해서는 후폭풍이 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라니티딘 시장 규모에 비해 니자티딘 시장의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라니티딘 시장은 2300억원 규모로 니자티딘 시장(260억원 규모)의 8.8배였다.
업계 관계자는 "라니티딘 사태 이후 이미 시메티딘이나 파모티딘 아니면 케이캡이나 PPI로 대체가 됐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수도 있다"며 "니자티딘 판매 금지 시 후폭풍이 있긴 하겠지만 라니티딘 사태에 비해선 타격이 약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식약처는 조만간 니자티딘 계열 의약품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