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패널 산업위험 '높은수준' 판단中기업 점유율 확대 가속…가격 하락 지속LGD, OLED 투자 따른 차입부담 급증… 재무회복도 어려워
  • ▲ 자료사진. ⓒ이성진 기자
    ▲ 자료사진. ⓒ이성진 기자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한국 디스플레이산업이 내년에는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LCD 잠식이 가속화되면서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OLED 투자에 따른 재무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디스플레이산업의 위험 수준을 '높은 수준(IR-BB)'으로 판단했다. 만성적인 공급과잉에 따른 불리한 수익구조, 주력 전방제품의 성숙기 진입, 차세대 기술 투자를 위한 상당한 자금소요 부담 내재, 경쟁강도 심화에 따른 수익성 하락 가능성 등을 분석한 결과다.

    나신평은 "주요 전방제품에 대한 LCD의 침투율이 대부분 상당 수준에 이르면서 전반적인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에 힘입어 중국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상황에 따른 가전 및 IT제품의 수요증감이 발생하고 있어 주기적인 공급과잉과 수급불균형 발생이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BOE의 경우 2017년 하반기 8세대 LCD라인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 10.5세대 라인까지 가동하면서 LCD TV 패널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BOE 뿐만 아니라 차이나스타(CSOT) 등도 추가 증설계획이 예정되면서 중국 기업들의 시장잠식은 더 가파르게 진행될 예정이다.

    디스플레이업계는 중국의 6세대 이상 LCD 생산능력 비중이 내년 52%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보다 11%p 늘어난 수치다. 반면 한국의 생산 비중은 25%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의 주도 하에 공급과잉이 이뤄지면서 패널가격 하락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내년 디스플레이 산업환경은 올해보다 더 저하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10.5세대 LCD 생산라인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65인치 이상 제품 위주로만 공급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 기업들은 LCD 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탈(脫) LCD를 위한 사업구조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일부 LCD TV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가동을 유지하는 생산라인도 프리미엄 제품인 60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만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2017년 이후 6세대 이하 LCD 생산라인을 모두 폐쇄했으며, 향후 LCD 부문에서는 초대형 TV 및 프리미엄 모니터만 생산할 전망이다.

    하지만 고부가 패널 위주의 전략 전환에도 LCD 가격 회복 가능성은 비관적이다. 사실상 일반 LCD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국내 기업들은 OLED 중심으로 반전을 꾀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대규모 투자도 부담인 상황이다. 내년까지 LG디스플레이는 16조원, 삼성디스플레이는 15조원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올 3분기 기준 차입금이 13조429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순차입금만 10조5910억원이다. 전년 동기 4조8750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 비중은 41%p 증가한 74%, 부채비율은 42%p 증가한 161%를 기록하는 등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최원영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LG디스플레이 수익성을 견인해 온 LCD 실적 부진과 사업 초기 안정화 비용에 따른 OLED 부문의 영업적자로 영업현금 창출력이 약화되면서 투자에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외부차입에 의존, 재무안정성이 저하됐다"며 "내년까지 대규모 투자가 예정돼 이는 가운데 LCD 업황의 불확실성과 대형 OLED 시장 성장 속도, 중소형 OLED의 안정적인 수요기반 확보 여부에 따라 영업현금 창출규모도 가변적이어서 단기간내 2017년 이전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산업은 세대별 공정진화를 위한 투자 뿐만 아니라 주기적인 대규모 유지보수 투자부담이 존재한다"며 "또 전방제품의 요구스펙 향상과 기술선도력 유지를 위한 고부가 공정으로의 전환투자 부담도 내재해 현금흐름과 차입금 등의 가변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5년 이후 수급불균형에 따른 수익성 변동폭이 확대되고 OLED 투자 등 사업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 확대 가능성이 상승하고 있어 현금흐름의 높은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