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물가·저금리 ‘3低 시대’ 도래경제 동력 잃고 금융사 먹거리 근심생존 위한 M&A·해외진출 등 몸부림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올 초 금융권 수장들은 한 목소리로 위기대응을 강조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미리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2019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함께 한·일 관계도 악화하면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어느 때보다 떨어졌다. 위기극복을 위해 정부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곳곳에 놓인 위험을 모두 피하긴 어려웠다. 이에 뉴데일리는 올해 있었던 주요 현안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저성장·저물가·저금리 기조 장기화
    우리나라는 하반기부터 위기에 놓였다. 국내경제는 건설투자 조정과 수출 및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증가세도 약화됐다.

    원인은 올해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고조와 일본 수출 규제 등 대외여건이 예상보다 악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2%를 밑돌 가능성이 크다. 4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0.97% 정도 증가해야 성장률 2%에 도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차례 인하하면서 경제 활력을 유도했다. 7월 1.75%에서 1.50%, 10월 다시 0.25% 인하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1.25%로 운영 중이다.

    4분기 GDP 성장률이 목표치에 도달하지 않을 시 내년 초 다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

    기준금리 1%는 우리나라가 아직 경험해 보지 않은 상황이다. 금리를 낮추면서까지 돈을 풀고 있지만, 예상만큼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

    ◆서민 울린 DLF 사태…사모펀드 규제 강화
    올해 하반기 금융권을 달군 핫이슈는 DLF(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다. 은행이 판매한 이 상품은 불완전판매로 드러나면서 서민들에게 울분을 샀다.

    다행히 금융감독원이 발 빠르게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치면서 올해가 가기 전 투자자들은 은행으로부터 손실에 따른 배상을 받게 됐다. 손해배상률은 최대 80%로 투자자별 상황에 맞춰 조정된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있다. 사모펀드는 금융당국이 규제를 완화하며 활성화를 꾀했던 시장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다시 규제 강화로 선회하면서 은행의 영업까지 위축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금융당국도 소비자보호와 시장 활성화란 두 고민을 함께했지만 결국 소비자보호 쪽으로 저울 축이 기울어졌다는 분석이다.

    ◆세대교체보다 안정 선택…CEO 장기집권 포석
    올해는 여느 때보다 금융권 CEO의 거취에 관심이 높았다. 임기 만료를 앞둔 금융회사가 많아 교체냐 연임이냐를 두고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막상 시기가 다가오자 연초와 연말의 인사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연초에는 새로운 인물들이 CEO에 오른 경우가 많았지만, 연말이 될수록 현 경영진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올 초 세대교체를 시도한 곳은 대표적으로 신한은행과 JB금융지주를 꼽을 수 있다.

    신한은행은 위성호 행장에서 진옥동 행장으로, JB금융은 김한 회장에서 김기홍 회장으로 새로운 인물을 선택했다. 2019년 초부터 금융시장 불안감이 높아지자 수장 교체 카드를 꺼내며 분위기 반전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국내경제가 안정을 찾지 못하자 현재 경영진을 더 믿어보자는 분위기로 전환됐다.

    실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허인 국민은행장, 이대훈 농협은행장 등은 임기만료 전 재신임을 얻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 케이뱅크도 현 CEO에게 위기극복을 주문하는 대신 임기를 더 보장해줬다.

    내년 3월에도 BNK금융 김지완 회장, 빈대인 부산은행장,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 KB손보 양종희 사장 등 금융권 주요 인사들의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다. 이사회는 현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 ▲ ⓒ뉴데일리DB

    ◆보험업계 車보험,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손해율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된 보험금의 비율로 적정 손해율은 78~80%로 본다. 올해 10월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누계 손해율은 90.6%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포인트 올랐다.

    이밖에도 육체노동 정년 60세→65세 상향 조정에 따른 표준약관 개정과 한방 추나요법 건강보험 적용, 정비요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보험금 지급 요인이 늘었다.

    손보사들은 올해 두 차례 보험료를 올렸지만, 손해율을 개선하지 못해 내년 초 보험료를 5%가량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도 급등하는 추세다. 실손보험 손해율은 올 상반기 129.1%를 기록했다. 벌어들인 보험료보다 지출된 보험금이 1.3배 많다는 뜻이다.

    연간 손해율은 손해율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6년 131.3%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침체된 국내증시, 눈 돌린 해외직구족
    대내외 악재로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해외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해외직구’족의 행보가 어느 때보다 활발했다. 국내 시장과는 달리 미국 등 해외 증시는 상승세를 보인 게 주된 영향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매수액은 199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매수액인 17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이에 따라 증권사의 올해 3분기 기준 해외 주식 수수료 수익은 1250억원 규모로 커졌다.

    증권사들도 해외직구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에 나섰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취소수수료를 폐지했고 위탁매매 수수료 할인 경쟁도 과열 양상을 보였다.

    신한금융투자는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개시, 한국투자증권도 내년 관련 서비스 예고하고 있어 해외직구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보험설계사 수수료 체계 개편…전속설계사 채용 바람
    금융당국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보험설계사 모집수수료를 개편한다. 오는 2021년부터 보험설계사의 첫해 모집수수료를 월납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보장성보험의 사업비도 저축성보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암보험, 종신보험, 치매보험 등 보장성보험의 보험료는 최대 3% 인하된다. 이로 인해 해지환급금은 종전 대비 최대 15% 늘어난다. 보장성보험의 적립보험료도 종전 대비 70% 수준으로 낮추도록 했다.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제도 변화에 발맞춰 전속설계사 채널을 강화 중이다. 수수료 체계를 개선해 지급률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현대해상은 지난달부터 기존 수수료 등급제를 폐지하고 신계약 수수료를 높였다.

    삼성화재도 지난 9월부터 신입 설계사를 대상으로 ‘활동형’ 수수료 제도를 도입했다. 신입 설계사 지원 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늘리고, 정착지원금을 받기 위한 최소 실적 기준도 크게 낮췄다.

    메리츠화재도 전속설계사의 수수료율을 기존 800%에서 1000%까지 늘리고, 수수료 체계도 단순화했다. 이로 인해 지난 6월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는 1만9471명으로 삼성화재 1만8636명을 제치고 가장 많은 전속설계사를 보유하게 됐다.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증권업계 숙원, 증권거래세 0.30%→0.25% 인하
    증권업계 숙원 사업이던 증권거래세가 지난 6월부터 인하됐다. 정부는 투자자 세부담 완화, 투자심리 호전 등 주식투자 환경 개선 효과를 위해 코스피와 코스닥, KOTC는 0.30%에서 0.25%로, 코넥스는 0.30%에서 0.10%로 세율을 낮췄다.

    이달 국회는 비상장주식거래에 대해 기재위는 증권거래세율을 0.5%에서 0.45%로 인하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도 의결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비상장 주식거래나 주식 장외 거래 시의 증권거래세율을 0.5%에서 0.45%로 인하하는 내용의 증권거래세법 개정안을 가결하기도 했다.

    업계는 지난 수십 년간 요지부동이었던 자본시장 과세 체계를 선진화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됐다면서 법 개정을 반겼다. 나아가 증권거래세 완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널뛰는 부동산 규제…서민 대출 길 막막
    12월 16일 정부는 부동산 대책을 또 내놨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18번째다.

    이번 규제안은 더 강력했다. 그러나 너무나 강력한 나머지 서민들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일단 대출을 더 옥죈다. 서울 등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담보인정비율(LTV)은 현행 40%에서 주택가격 구간별로 차등 적용된다. 예로 9억원 이하에 대해선 40%가 적용되지만 초과분에 대해선 20%로 줄어든다.

    15억원을 넘는 초고가주택의 경우 주택 보유 숫자와 관계없이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사실상 15억원 초과 아파트를 현금으로만 구입하란 얘기다.

    다주택자에겐 탈출구도 제공했다. 내년 6월 말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내다 팔 경우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최대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준다.

    ◆금융사 매물 줄줄이 등장…업계 지각변동 본격화
    올해 금융업계에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시작으로 인수합병(M&A) 시장 매물이 잇따라 나왔다. 사모펀드는 롯데지주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으며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서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은 지난 5월 롯데지주로부터 롯데카드 지분 79.83%를 1조3810억원에, JKL파트너스는 롯데지주로부터 롯데그룹이 보유한 롯데손보 지분 53.49%를 3734억원에 인수했다.

    KDB생명은 네 번째 매각 추진에 나섰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6500억원을 들여 KDB생명(당시 금호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KDB생명의 매각을 세 차례 시도한 바 있다. 네 번째 매각 도전인 올해에는 경영진 매각 인센티브까지 내걸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교직원공제회의 출자로 운영되는 더케이손해보험도 지난 10월 시장 매물로 등장했다.

    여기에 업계 최고 수준의 건전성을 보유한 푸르덴셜생명이 매각 작업에 돌입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RBC 비율이 지난 9월 기준 515.04%로 보험업계에서 가장 높은 편이다. 저금리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보험 시장에 매물이 잇따라 나오면서 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태다.

    ◆카드업계 불황에 해외로 눈 돌린 카드사
    카드업계 불황을 타개할 목적으로, 카드사들이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인도네시아 현지 여신금융전문회사 ‘PT 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의 지분 80%를 8128만 달러에 인수했다. 내년에 공식 자회사로 출범 후 ▲할부금융 ▲리스 ▲팩토링 ▲주택담보대출 등 사업분야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신한카드도 베트남 현지 기업 ‘베트남푸르덴셜소비자금융’을 100% 인수해, 1월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을 출범했다. 신용대출 중심의 영업전략으로, 지난 3분기 1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또한 인도법인인 ‘신한인도파이낸스’와 미얀마 법인인 ‘신한마이크로파이낸스’도 각각 1억3100만원, 1억9400만원의 순익을 냈다.

    현대카드는 베트남 현지 소비자금융기업 ‘FFCOM’ 지분 50% 인수 계약을 맺었다. 이번 인수를 통해 베트남 현지 내에서 현대·기아차와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카드는 역시 베트남 현지법인 ‘롯데파이낸스베트남’를, 우리카드는 미얀마 ‘투투파이낸스’로 해외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투투파이낸스’도 올해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은 17억원을 기록했으며 연말까지 23억원을 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