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속 대출증가도 한계…이자이익 감소 불가피주거래 무색해진 ‘오픈뱅킹 시대’ 핀테크 협업 경쟁력 확보국내은행 PBR, OECD국가 중 최하위…투자환경 개선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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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DB

    계륵이란 말이 있다. 닭의 갈비란 뜻으로 먹을 것은 없으나 버리기는 아깝다는 뜻이다.

    내년 은행 산업의 전망을 얘기하자면 ‘계륵’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기대할 수 있는 먹거리는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은행업이란 말이다.

    ◆실적 이끌었던 이자이익 축소…대출규제로 영업 위축
    2019년 대내외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은행권은 최대 실적을 갱신하며 순항을 이어갔다. 원인은 대출 증가에 힘입어 이자이익도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이와 같은 대출 증가를 기대하긴 힘들어 보인다.

    금융연구원은 2020년 국내은행의 대출증가율 전망치로 5%를 제시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출증가율은 6.1%, 하반기 5% 중후반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더 상황이 힘들다는 것이다.

    과거를 되짚어 보면 2013년 이후 경제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은행 대출성장률이 5% 밑으로 떨어진 때는 2012년뿐이다. 당시에는 경기침체로 중소기업대출성장이 2.3%로 크게 축소됐기 때문이다.

    2019년의 경우 주택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 수요는 견조했으나 정부의 규제가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 성장은 5%를 밑돌 전망이다. 이러한 기조는 2020년에도 지속될 것이란 게 연구원 측 전망이다.

    2020년 그동안 유예됐던 신예대율도 본격 적용된다. 가계대출의 경우 15% 가중치가 적용되며 기업대출은 반대로 15% 하향 조정된다.

    이는 가계대출은 제한하고 기업대출은 장려한다는 취지로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시중은행의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평균예대율은 각각 97.5%, 96.3%로 차이가 크지 않지만 신예대율을 적용할 경우 시중은행 평균예대율은 100.7%로 크게 상승하게 된다.

    결국, 은행들은 내년 대출 규모를 줄이거나 예수금을 늘려 기준치 밑으로 예대율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가중치가 높은 가계대출이 우선 관리대상으로 분류되면서 이자이익 감소가 우려된다.

  • ▲ 2020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금융연구원
    ▲ 2020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금융연구원
    ◆은행-핀테크 기업, 경쟁 아닌 협력 필요
    오픈뱅킹이 본격 시행되면서 은행 간 주거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충성고객 이탈 가능성도 큰 만큼 디지털금융과 관련된 경쟁력 강화가 필수다.

    디지털금융을 강화하기 위해선 은행 자체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한 핀테크 기업들과의 협업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마이데이터산업이 핀테크를 중심으로만 추진될 경우 은행은 종합적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고객 접점 확보의 주도권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은행의 적극적 참여로 이미 축적된 데이터나 높은 신뢰 수준의 보안기술 활용이 가능하고 정보 유통에 대한 이익을 정보제공자와 공유함으로써 사회적 편익을 증대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현행 감독체계 내에서의 정보보호 수준을 담보하고 관련 산업 성장을 위한 투자자로서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은행과 핀테크 기업 간 연합전선은 앞으로 전개될 글로벌 IT회사의 금융업 진출을 방어하는데 유용할 것이다.

    이미 해외에선 구글, 페이스북 등과 같은 IT회사와 금융회사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2011년 페이팔의 성장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미국 대형은행이 공동으로 개인 간 자금이체 시스템인 ‘클리어엑스체인지’를 출시했고 미국 전체 모바일뱅킹 이용자의 50% 가까이 고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 ▲ 2020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금융연구원
    ▲ 2020년 은행산업 전망과 과제.ⓒ금융연구원
    ◆금융당국 옥죄기보다 은행주 투자환경 개선도
    우리나라 은행과 은행계 금융지주사의 평균 PBR(주가순자산비율)은 OECD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국내은행과 금융지주 9개사의 평균 PBR은 0.42배로 OECD 평균의 1/3 수준이다. 한국보다 은행주 PBR이 낮은 곳은 유럽 부채위기를 겪었던 그리스, 포르투갈 등이다.

    더 뱅커의 글로벌 은행 순위 기준 세계 51~100위 은행의 PBR과 비교해도 국내은행은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51~100위권 은행의 평균 PBR은 1.22배로 약 3배 높다.

    국내은행보다 PBR이 낮은 곳은 자산건전성 우려가 있는 중국의 화사은행·상하이은행·짱수은행, 구조조정 중인 독일 코메르츠방크, 수익성이 낮은 일본 리소나 은행, 경제제재를 받는 러시아 VTB뱅크 뿐이다.

    PBR이 낮은 이유는 은행 산업의 전망이 어두운 것도 있지만 금융당국의 간섭이 심한 것도 한몫한다. 규제로써 은행업을 관리하기보다 관치금융으로 바라보는 해외투자자도 적지 않다.

    특히 은행이 배당을 실시하는 데 있어서 금융당국은 국부유출이라며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 은행의 평균 배당성향은 19.2%로 OECD 평균인 37.5%의 절반 수준이다.

    또 동일인의 은행/은행지주회사 주식보유한도 10% 규정으로 인해 장기투자자의 은행주 지분 확대가 제한적인 점도 한계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