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패러다임 전환… 올해 경영 방침은 질적 성장기존 사업 수익성 극대화에 집중… 경영 체질 개선초격차 역량 확보와 혁신성장 기반 다지는 시기
  • ▲ CJ THE CENTER. ⓒCJ
    ▲ CJ THE CENTER. ⓒCJ
    2020년 세계경제는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등 新 3低의 부정적 흐름으로 3%대 저성장이 예상된다. 한국경제 역시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지속과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관계 악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이뤄진 한한령, 북핵 리스크 등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확대, 민노총 등 노조의 세력화가 부담을 줄 전망이다. 4월에 치러질 총선과 11월 미국 대선 등 정치적 이슈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악화된 경영환경 속에서 현대차, 롯데, 포스코, 한화, CJ, 효성 등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기상도가 어떠할지 알아본다. <편집자주>

    CJ그룹이 2020년 경영 패러다임을 혁신 성장으로 전환한다. 국내 및 글로벌 경기 악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외형 확장보다는 질적 성장을 위한 수익성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올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영 방침을 정했다. 그동안의 대규모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자산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주력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기로 전략을 바꾼 것이다. 

    손경식 회장은 지난 2일 사내방송을 통해 밝힌 신년사에서 "혁신 성장으로의 전환은 향후 본격적인 글로벌 성장을 위한 준비과정"이라며 "이 시기에 핵심 사업과 관련된 연구·개발(R&D) 강화, 신기술 개발, 인재 확보를 통해 도전적인 초격차역량을 강화하는데 주력하자"고 강조했다. 

    CJ그룹은 그간 주요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을 중심으로 인수·합병(M&A)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와 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에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월드베스트CJ' 비전 달성을 위한 필수 관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외형 확장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현실화됐다. CJ그룹은 최근 재무건전성이 악화되면서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고, 올해 인사에서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CJ제일제당 등 주요 계열사 대표를 교체하고 신규 임원을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임용하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올해 경영 방침은 이같은 성장통을 회복하는데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일류(Top-Tier) 기업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기존 사업의 수익성 극대화에 집중하는 한편, 경영 체질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CJ그룹 전 계열사도 이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지주사 뿐 아니라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도 수익성이 나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조직 및 인력에 대한 개편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계열사 모두 외형 확대를 자제하고 수익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비상경영에 돌입한 CJ제일제당은 자산 매각에 이어 부진한 외식사업부문을 중심으로 인력 재배치 작업에 나섰다. 내수 침체에 따른 실적 악화와 국내외 M&A로 인한 차입금이 불어나 재무부담이 커진데 따른 조치다. CJ제일제당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 줄었다. 순차입금은 11조원으로 지난해 말 7조7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늘어났다. 

    최근 CJ제일제당은 8500억원에 달하는 가양동 부지와 2300억원 규모의 구로구 부지를 유동화하고, CJ 인재원 건물을 ENM에 매각하기로 했다. 계약이 모두 체결될 경우, 1조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빨간불이 켜진 재무구조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CJ그룹은 앞으로도 식품, 엔터테이먼트, 물류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초격차 역량을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불황과 장기 저성장에 대비해 상시적 구조 혁신을 통한 체질 강화 및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재현 회장은 지난 2017년 복귀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그는 지난 2018년 미국에서 열린 CJ그룹 글로벌 경영전략회의에서 성과가 부진한 사업부분에 대해 상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면서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고 얼마나 글로벌 영토확장을 하느냐에 따라 CJ의 미래가 좌우된다"고 말한 바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올해는 질적 성장을 위해 그룹 계열사 전체가 주력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이라며 "2020년은 그룹의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해로 사업별 초격차 역량 확보와 혁신성장 기반을 다질 중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