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초 94억달러 수주…전년比 2.4배 높아 장밋빛 전망코로나19 각국 확산…"의료 취약해 추가발주 상반기 이후" 한국인 입국금지 95개국…주 고객 중동 확산에 망연자실
  • ▲ 세계 각국 코로나19 감염현황. ⓒ 질병관리본부
    ▲ 세계 각국 코로나19 감염현황. ⓒ 질병관리본부

    해외건설 수주에 제동이 걸렸다. 코로나19(우한폐렴) 감염이 팬더믹(pandemic, 세계 대유행) 기미를 보이면서 한국인 입국금지 국가들이 늘고 있어서다. 5일 기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한 국가는 90개국을 넘어섰다. 입맛에 맞는 해외수주건이 있어도 협상테이블조차 앉을 수 없게 된 셈이다. 그간 해외발주처와 국내 건설사간 신뢰를 바탕으로 견뎌오긴 했지만 올 상반기 분수령이 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올해 해외건설 수주에 있어 시작은 좋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3월5일까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94억1318만달러로 전년동기 37억8992만달러보다 2.4배가량 많았다. 특히 중동지역 수주액이 57억5904만달러로 전년 3억9546만달러보다 14.5배나 늘었다.

    코로나19는 한때 우리나라 건설시장에 호재로 다가왔다. 덤핑수주 등 해외건설시장서 눈엣가시로 여겨졌던 중국기업이 코로나19로 주춤하자 시장을 장악해 보자는 생각도 가졌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구 신천지의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국내 감염이 빠르게 진행된 까닭이다. 외국의 경우도 중국, 이란, 이탈리아, 일본 등으로 코로나가 확산됐다. 

    문제는 한국의 해외건설시장 '큰손'인 중동지역으로 감염이 확산되면서 수주활동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기업의 국가별 해외수주현황을 보면 △알제리 23억9228만달러 △사우디 18억6291만달러 △방글라데시 16억7226만달러 △카타르 14억6649만달러 △중국 8억1606만달러 등 상위 5개국 중 3곳이 중동지역이다.

  • ▲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폭행이 이어지고 있다. ⓒ 인터넷 SNS
    ▲ 코로나19 감염확산으로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폭행이 이어지고 있다. ⓒ 인터넷 SNS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인 기피현상이 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5일 기준 한국인 여행객 입국금지 제한국가는 총 95개국으로 늘었다. 유엔 회원국이 193개국이란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 가까운 49%가 한국인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건설사 베트남 파견직원 B씨는 "본사에서 6월까지 한국으로 입국하지 말라고 하더라"며 "해외파견 10년만에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나라를 잃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이런 탓에 올 상반기 해외수주는 물건너 갔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연초 해외건설 수주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제시됐지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19 확산으로 그런 희망은 잠시 접어둬야 할 상황"이라며 "한국인 출입금지조치를 취한 해외국가는 이미 90개국을 넘어섰고 해외바이어 또는 발주처 미팅이 취소됐거나 연기, 혹은 비대면으로 전환된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중동에선 정계 고위급인사들 감염·사망 사례들이 발표되고 있어 기존에 예정된 공사든 신규발주든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따라서 당분간 코로나19가 확산중인 지역을 중심으로 공사 발주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설령 발주를 하더라도 (입국금지 등으로) 국내건설사들이 용이하게 입찰에 참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개발도상국들의 열악한 의료환경도 국내기업 해외건설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어느정도 수습되더라도 다른 국가들이 수습단계를 따라오지 못할 수도 있다. 국내 건설기업의 주요 수주지역이 중동과 아시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며 "이렇게 될 경우 발주는 물론 해외현장 공사착수나 진행에 있어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발주처 또한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추가발주를 상반기 이후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