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낮추는 요인 작용…민간 국내소비 위축"사스·메르스보다 반응 크고 회복속도 더딘 편"감염병 전개 따라 민감…부정적 영향 가중 우려
  • 코로나19 확산 이후 국내 금융시장의 주요 가격변수와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과거 감염병 사례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만큼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가중될 수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한국은행은 12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감염병 발병 직후 국내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반응 비교 결과를 밝혔다.

    현재 코로나19 사태가 여타 국가에도 확산하면서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감염병 상황보다 영향이 클 것으로 우려했다. 사스 사례의 경우 감염병 확산이 중국 및 인접국으로만 국한된 데다 경제적 충격도 단기간에 그쳐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한은은 "코로나19는 실물경제에 내수, 서비스교역, 재화교역, 제조업 생산 차질 경로를 통해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계의 경제활동 위축으로 문화, 여가, 외식을 중심으로 소비가 상당폭 둔화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기업 투자심리 약화로 설비투자에도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인해 서비스수출이 줄고 내국인의 해외여행 감소로 서비스수입과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며 "중국경제 둔화로 우리나라의 대중국 재화수출이 감소하고 글로벌 교역 부진으로 여타 국가로의 재화수출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 ▲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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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큰 문제는 코로나19가 올해 국내 성장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우려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낮췄다.

    한은은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외국인 관광객수와 내국인 국내소비를 중심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관광객은 여행수요 위축으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관광객 중 중국인 비중이 34.4%인 만큼 코로나19 확산이 서비스수출에 상당히 나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간 국내소비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관광, 여가, 음식·숙박, 의료 등 서비스 소비가 크게 부진하다. 재회소비는 오프라인 소매판매를 중심으로, 재화수출은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화공품이나 석유제품 등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한은은 "국내경기는 크게 위축됐다가 감염병 확산이 진정되면 성장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며 "과거 사례를 보면 확산 당시엔 재화소비가 상당 폭 둔화했으나 확산이 진정되면 큰 폭으로 반등하는 패턴을 나타내고 있어 코로나 상황이 누그러지면 재화소비·수출도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는 등 감염병 전개 양상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세계경제 및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우리나라 경제와의 연관성이 과거보다 높아진 가운데 감염병이 국내외에 빠르게 확산하면서 실물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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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 및 장기시장금리는 큰 폭 하락했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보다 반응 정도가 크고 회복 속도도 느린 상태다.

    과거 주요 가격변수는 사스 당시 장기금리를 제외하고 감염병 충격 발생 이후 13거래일 이내에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19 확산 이후에는 주가와 장기금리 모두 3월 들어서도 직전 수준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 사스 당시에도 10년물 국고채금리가 회복하는 데 2개월 이상 걸렸다.

    외국인 증권투자는 채권과 주식이 다소 상이했다. 채권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외국인이 현물채권투자를 3조7000억원 확대했다. 같은 기간 주식은 5조4000억원 규모의 국내주식을 순매도했다. 3월 초에도 3조3000억원을 순매도했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국내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져 리스크 오프 쪽 심리가 강화됐고, 리스크 오프는 위험자산 투자가 줄 수 있다"며 "외국인 주식이 빠져나가고 있으나, 채권은 대외건전성이 아직 양호하다는 평가가 우세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투자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