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중심 'M&A-신시장' 진출 활발'캐시카우' SK하이닉스 지원 사격… 종합반도체 도약불산 등 작년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최태원 회장 '소재 내재화' 의지 반영
  • SK가 반도체 소재 사업 육성에 보폭을 넓히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반도체 소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SK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인수합병(M&A) 등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SK그룹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자리잡은 SK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사격과 함께 국내 반도체 소재 국산화 의지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지난 2015년과 SK머티리얼즈, 2017년에는 SK실트론을 각각 인수하며 반도체 소재 육성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이후 지속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C는 최근 충남 천안 하이엔드급 블랭크 마스크 공장에서 고객사 인증용 시제품 생산을 본격화했다. 약 430억원을 투자해 지난해 4월 공장 건설에 착수한 SKC는 지난해 12월 완공하고 양산 준비를 해왔다. 고객사 인증을 거쳐 이르면 올해 상업화에 나서는 것이 목표다. 

    블랭크 마스크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길 때 사용하는 포토 마스크의 원재료다. 쿼츠 위에 금속막과 감광막을 도포해 만든다. 여기에 회로 패턴을 형상화하면 포토 마스크가 된다. 필름으로 치면 촬영 전 필름이 블랭크 마스크, 촬영 후 필름이 포토 마스크다. 포토마스크를 반도체 웨이퍼 위에 놓고 빛을 쏘면 빛이 통과한 부분에 화학반응이 일어나 회로가 된다.

    블랭크 마스크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제조사가 적극적으로 증설에 나서면서 수요가 늘고 있고,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공정별 사용량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규모는 지난 2018년 8000억원 수준에서 매년 7%씩 성장해 2025년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성장이 점쳐진다.

    이 가운데 95% 가량을 일본의 글로벌 업체 2개사가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하이엔드급 시장은 99% 이상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하이엔드급 블랭크 마스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SKC는 이번 사업 진출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고도화하는 것은 물론 국산화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또한 SK머티리얼즈는 기체 불화수소 사업 진출한 것은 물론 한유케미칼 및 금호석유화학 전자재료사업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 공정용 이산화탄소 특수가스과 포토레지스트(Photoresist) 소재 시장에 진출했다.

    SK실트론은 이달 초 약 5400억원을 투자해 듀폰의 차세대 웨이퍼 실리콘카바이드(SiC) 사업부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전기차, 5G 네트워크 등에 사용되는 전력반도체용 웨이퍼 사업에도 나서게 됐다. 

    반도체 소재 사업 확대는 SK하이닉스에 대한 지원사격과 함께 국내 반도체 소재 국산화 의지의 일환으로 읽힌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신종바이러스 감염증인 '코로노19' 여파로 주춤하고 있지만 지난 2012년 SK그룹으로 편입된 이후 고성장을 이뤄내며 최대의 캐시카우가 됐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2년 2분기 4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2016년을 제외하고 2013년, 2014년, 2015년, 2017년, 2018년 모두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 기록을 경신하며 크게 성장했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괄목할만한 성장을 통해 세계적인 종합반도체 회사로 도약을 목표로 하는 SK그룹의 든든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산업에 취약점으로 꼽힌 반도체 소재에 대한 국산화 의지도 크게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이 수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소재·부품·장비산업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은 해결해야할 난제였다.  

    이런 취약점은 지난해 7월 일본 정부가 3개 소재(불화수소,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며 여실히 드러났다. 반도체 장비·부품·재료의 국산화율이 30∼40%에 불과하고, 소재 관련 연구 인력이나 기술 개발 역량 부족이 수면위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범정부 차원에서 지원 발표가 이어졌으며 SK그룹 역시 반도체 소재 사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SK 계열사들의 투자 확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소재 내재화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결과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8월 비상회의를 소집해 일본의 추가 경제보복이 회사에 미칠 영향과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CEO들에게 흔들림 없이 본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