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가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수요 붕괴 우려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0달러 선을 회복하지 못했다.

    16일(현지시각) 국제유가는 북해산 브렌트유 기준 유럽의 이동제한 조치 완화 검토 소식 등으로 상승했지만,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석유수요 전망 하향 조정 등은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는 전일과 같은 배럴당 19.87달러에, 중동산 두바이유는 0.04달러 상승한 19.72달러에 마감됐다. 유럽거래소(ICE)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0.13달러 상승한 27.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의 경우 2002년 2월7일 이후 18년 만에 최저다.

    유럽 국가 중 일부가 코로나19 확산 이후 취해진 엄격한 이동제한 조치를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폴란드의 경우 20일부터 공원과 삼림 등을 재개할 예정이나, 마스크 착용 의무 등의 규정은 적어도 5월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onocoPhillips사는 자사 북미 지역 석유생산이 22만5000배럴 안팎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Enverus사는 미국 시추리그 수가 전주에 비해 73기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사상 최대 폭 감산을 결정한 OPEC마저 수요 붕괴를 예상했다. OPEC은 월간석유시장보고서(MOMR)에서 2020년 석유수요를 전년대비 690만배럴 감소한 9280만배럴로 전망했다. 2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1200만배럴 감소하며 그 중 4월에는 전년대비 2000만배럴 감소,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전날 국제에너지기구(IEA)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수요가 하루 평균 930만배럴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5월 예정된 OPEC+(석유수출국기구 및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원유 감산 발표 이후에도 유가는 반등하지 않고 있다. 원유수요 회복의 기대감은 있지만, 경제정상화까지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풀이된다.

    ABN Amro 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간 감산합의 가능성을 언급한 이후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사우디와 러시아는 장 종료 이후 공동성명서를 통해 석유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필요시 OPEC+와 공동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관영언론 타스의 17일(러시아시간)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에너지부는 알렉산데르 노바크 장관과 압둘라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 장관이 전화로 "양국은 협력 감산의 준수에 헌신할 것이며 석유시장을 면밀히 관찰해 필요할 경우 OPEC+ 및 다른 산유국들과 함께 그 어떤 필요한 조치도 취할 태세를 갖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