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 폐지 수순"공정한 경쟁환경 조성" VS "통신비 인상 우려"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및 본회의 통과 난항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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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30년 묵은 '통신요금 인가제(이하 요금인가제)'가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요금인가제 폐지를 놓고 정부와 통신업계는 '낡은 규제'라고 찬성하는 반면, 소비단체들은 '통신요금 인상'이라고 반대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7일 요금인가제를 '유보신고제'로 바꾼다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시장 1위 통신사업자가 새로운 요금(이용약관)을 출시할 때 정부 허용(인가)에서 알리기(신고)만 가능하도록 기존 요금인가제를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즉 1위 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할 때 정부의 인가가 아닌 신고로 가능해지는 것. 단, 이용자의 이익이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인정되면 신고를 반려할 수 있다는 '유보' 조항을 달았다.

    정부는 1991년 통신 시장 1위 사업자의 독점을 막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요금인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시장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데다가 통신사들 간 담합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높았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무선 시장 점유율도 2015년 이후 현재 50%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요금인가제는) SK텔레콤의 요금제 인가에 따라 KT, LG유플러스가 모방하는 형태에 불과했다"면서 "해당 제도가 폐지될 경우 오히려 낮은 가격의 요금제 경쟁이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 역시 가계통신비 일환의 차원에서 요금인가제가 폐지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취임 후 통신사에 가게통신비 인하를 끊임없이 독려해 왔으며,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은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가계 통신비를 줄이자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요금인가제 폐지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민생경제연구소·사단법인 오픈넷·소비자시민모임·진보네트워크센터·참여연대·한국소비자연맹 등 주요 시민단체 7곳은 요금인가제 폐지가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진다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요금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통신사가 요금제의 가격을 오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과점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에 접어든 만큼 고가 요금제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지적의 목소리를 높힌다.

    요금인가제 폐지의 대안으로 제시된 유보신고제에 대한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요금인가제의 경우 심사에만 통상 한달 가량이 소요됐지만, 30년간 단 한 차례의 신고반려만 있었던 점에서 15일로 완화된 조건이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요금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시장 1위 사업자의 시장지배력 남용과 통신비 인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며 "이를 제동할 근거를 없애는 개정안이 통과되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요금인가제 폐지 여부는 19일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