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오늘 역대 최대 추경안 국회 제출… "한시가 급한데"현금복지 치중, 기업살리기 인색… "적극적 경기부양책 필요"정의당 "세부정책 반걸음 수준" 대출보다 직접 지원 늘려야"
  • ▲ 3차 등교 개학을 맞아 초등학생들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해누리 초중이음학교로 등교하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 3차 등교 개학을 맞아 초등학생들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해누리 초중이음학교로 등교하고 있다.ⓒ권창회 사진기자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로 제출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공공 일자리 창출 등 지나치게 현금복지에 치중돼 있는데다 아사(餓死) 직전의 기업 살리기에는 지독히도 인색하다는 비판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좀더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4일 35조3000원에 달하는 3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1분기 성장률이 -1.3%로 집계됐는데, 2분기에는 -2% 초반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며 "3분기와 4분기 경기반등을 견인해 플러스로 전환해야 올해 목표인 0.1% 순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전에 3차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해 재정집행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일 주재한 비상경제회의에서 "3차 추경안에 대해 국회의 조속한 심의와 처리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3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여야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 21대 국회의 문을 조속히 열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했다.

    재정으로 일자리 만들기…기업살리기 고작 430

    하지만 추경안 세부내용을 들여다보면 기존 정책을 덩치만 키운 이전지출 내역이 대부분이어서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가 3차 추경안에서 새로 꾸린 사업의 핵심은 일자리 정책이다. 한국판 뉴딜에 5조1000억원을 쏟아부으며 향후 5년간 일자리사업에 76조원을 추가 투입키로 했다.

    3조6000억원이 소요되는 비대면·디지털일자리, 청년디지털 일자리 등 신규 일자리 55만개에 대한 계획도 확정됐다. 실업자 구직급여 확대를 위한 고용보험기금 지원에는 3조4000억원이 책정됐다.

    세출확대 사업 23조9000억원중 19조원(79.4%)이 고용안정망 강화, 한국판 뉴딜 등 고용과 관련됐다.
  • ▲ 3차 추경안ⓒ기재부
    ▲ 3차 추경안ⓒ기재부
    반면 기업지원이나 투자활성화를 위한 예산은 인색하기만 하다. 정부가 투자활성화 최우선 순위로 꼽은 리쇼어링 정책에 배정된 예산은 200억원에 불과하다. 유턴기업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신설하는게 고작이다. 해외투자를 유인하는 국내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시 지급하는 지원금과 국고보조율 상향에는 30억원이 추가 배치됐다.

    정부가 경기보강 패키지로 내놓은 11조3000억원 중 한국판 뉴딜과 방역 및 재난 대응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7조6000억원을 제외하면 내수·수출·지역경제 활성화에 투입되는 돈은 3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3조7000억원의 돈도 대부분 소비쿠폰 등 현금복지에 쓰인다. 농수산물·숙박·관광·문화·외식 등 8대 할인소비쿠폰 살포에 1684억원, 온누리 상품권을 2조원 추가 발행하면서 10% 할인판매를 강행하면서 2760억원이 소요된다.

    물류센터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 전역에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같은 소비쿠폰으로 경제활성화를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소비쿠폰 등 경기부양 대책을 제외한 기업 지원 예산은 430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35조3000억원 추경 중 0.12% 수준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세계경제 악화로 2분기 한국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경기저점이 불투명한 L자형 장기침체가 우려된다"며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경기부양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빚으로 빚 갚기…여권 내부서도 '갸우뚱'

    부실한 3차 추경안을 두고 여권 내부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두관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3차 추경에서 세입경정을 제외한 사업집행 예산은 24조원 수준으로 매우 큰데 좀더 확실한 경기부양책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함께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 ▲ 3일 오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박성원 사진기자
    ▲ 3일 오전 국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박성원 사진기자
    민주당 입장에선 야당의 반대에도 추경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정의당이나 국민의당 등 군소정당에 대한 설득 과정도 필요하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180석 의석이 필요한데, 민주당 현재 의석은 177석이기 때문이다.

    당장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3차 추경안의 핵심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해 "목표와 다르게 세부적인 정책은 반걸음 수준"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배 원내대표는 "정부 지원계획을 보면 기간산업 등 대기업은 직접 지원방식이고,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대출을 통한 간접 지원방식"이라며 "고용을 유지하면 부채를 탕감하는 등 정책적 도입이 이번 예산 편성에 반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자영업자는 빚을 얻어서 빚을 갚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에도 직접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국회 추경안을 다룰 때 적극적으로 주장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 추경안을 보면 소상공인 및 중소·중견기업 금융지원에 5조원을 배치하는 등 사업 상당부분 사업이 대출을 지원하거나 정부가 보증을 서주는데 국한돼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미국의 경기부양책 CARES Act(코로나 바이러스 구제법)과 비교하며 "미국 연방 지출 총지출의 절반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정책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500인 이하 기업과 자영업자에 임금유지를 조건으로 최대 1000만달러까지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프로그램에 3490억달러를 책정했다. 예산을 통해 대출을 해주는 사업이지만, 융자금을 지급받은 기업이 8주 이내에 이를 인건비로 사용할 경우 대출금을 아예 면제해준다는 점에서 사실상 무상지원 성격이 강하다고 입법조사처는 설명했다.

    민주당의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 경제위기속에서 첫발을 내딛는 21대 국회가 처음 맞닥뜨린 3차 추경안을 민주당이 얼마나 매끄럽게 처리하느냐가 향후 국회 운영 성공을 가르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