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 청약 31조 몰리며 IPO 새역사불확실성 속 꾸준한 투자 결과물2030년 그룹 '핵심사업' 육성 목표 잰걸음
  • ▲ 최태원 SK 회장. ⓒSK
    ▲ 최태원 SK 회장. ⓒSK
    기업공개(IPO)를 앞둔 SK바이오팜이 공모주 청약에서 '잭팟'을 터트리면서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바이오 사업에 꾸준한 투자를 단행한 최태원 SK 회장의 '뚝심 경영'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SK바이오팜의 일반 청약 물량인 391만5662주에 대해 총 12억6485만3070주의 청약 신청이 들어왔다. 청약 증거금은 총 30조9899억원이 모집됐다. 이로써 지난 2014년 제일모직이 세운 역대 최대 증거금 30조649억원의 기록을 갈아치웠다. 경쟁률은 323.02대 1을 기록했다.

    SK바이오팜은 내달 2일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최 회장이 지난 2016년 6월 경기 판교 소재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며 "글로벌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해왔다. 혁신적인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자"고 강조한 지 4년 만에 맺은 결실이다.

    SK바이오팜이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은 기술력, 미국 직접판매 전략, SK그룹의 지속적인 투자 덕분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팜은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신약개발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지난해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세노바메이트)' 허가를 획득했다.

    신약개발은 통상 10~15년의 기간과 수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고도 5000~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을 확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물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으로 평가받는다. 엑스코프리 역시 최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최 회장은 1993년부터 바이오를 미래산업으로 보고 투자를 단행했다. 바이오·제약 사업은 인구 고령화 등으로 고부가·고성장이 예상되는 영역인 데다 글로벌 시장에 자체개발 신약 하나 없던 한국에서는 '신약주권'을 향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오직 혁신 신약 개발에만 매달렸다. 단기 재무성과가 중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과감한 결단이었는데,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였다.

    2002년에는 바이오 사업을 꾸준히 육성해 2030년 이후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세운다는 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는 한편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두면서 그룹 차원의 투자와 연구를 지속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 회장은 성공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바이오 사업에 수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속했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을 수출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문턱에서 좌절했을 당시에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해에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해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화했다.

    이후 SK는 신약 개발 사업의 집중 육성을 위해 2011년 사업 조직을 분할해 SK바이오팜을 출범시켰다.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꾸준한 신뢰와 지원을 이어온 덕에 FDA가 요구하는 엄격한 기준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임상 전 단계를 수행할 수 있는 독보적인 노하우와 경험이 SK바이오팜에 축적될 수 있었다는 평가다.

    2015년에는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하고 의약품 생산으로 사업 분야를 넓혔다. 신약 개발부터 생산까지 수직계열화에 나선 것이다. 이후 SK바이오텍은 2017년 다국적 제약사인 BMS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구매했다.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했다. 지난해 10월에는 SK바이오텍,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3사를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들을 하나로 합쳐 규모의 경제와 함께 효율 극대화에 나섰다.

    SK 측은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