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점유율 20%대 그쳐… 1위와 10%p 격차 中 천진공장 가동시 글로벌 2위 도약 기대
  • ▲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생산라인. ⓒ삼성전기
    ▲ 삼성전기 부산사업장 생산라인. ⓒ삼성전기
    삼성전기가 전장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업계 1위 무라타제작소 추격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그간 IT용 MLCC 위주로 성장하면서 무라타를 위협하고 있지만, 최근 스마트폰 산업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어 전장 MLCC를 통해 점유율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기의 글로벌 MLCC 점유율은 23~2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부분 점유율이 40%에 달하는 1위 무라타와 10%p 이상 격차가 나고 있는 셈이다.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간 전자파 간섭현상을 막아주는 부품으로, 대부분의 전자제품에 들어가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2004년 당시 5%대에 불과했던 삼성전기의 점유율은 2010년대 들어 MLCC 무대가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면서 계열사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바탕으로 빠른 성장을 거뒀다. 무라타와 함께 MLCC를 점령했던 일본의 TDK, 교세라 등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급격히 몰락하면서 삼성전기가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산업도 최근 3년간 역성장을 거듭한 데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부진을 겪고 있어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2억7480만대에 그쳤다. SA는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악의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로 인해 주요 국가의 경제가 마비되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스마트폰 수요가 급감한 것이다. 지난 5월 출하량도 8160만대로, 전년 동월 1억1240만대 대비 27% 감소했다. 카운터포인트는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2억7610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23%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들어 스마트폰 시장이 회복되고 있고 하반기 5G 수요 기대감도 높지만, 상반기 부진으로 인해 올해도 연간 스마트폰 역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MLCC 업체들도 전장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자동차는 공간이 넓고 최근 전장화로 복잡해지면서 IT 제품 대비 MLCC 소요량과 적용 면적의 차이가 크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MLCC가 800~1200개인 반면 자동차는 6000~1만3000개가량이 쓰인다. 또 차량용 MLCC는 IT용 대비 캐파 할당도 크다.

    자동차 업계가 보수적인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는 부담이 있지만, IT용 대비 가격 하락이 느리고 장기계약 중심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편이다. 또 최근 전기차 시장 개화로 성장률이 IT용 대비 월등히 높다. IT용 MLCC 시장의 연평균성장률(CAGR)이 5% 미만인 반면, 전장용은 25%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기가 전장용 MLCC 시장에 투자를 집중하는 이유다.

    앞서 삼성전기는 2018년 전장사업 확대를 위해 5733억원을 투자, 중국 천진에 MLCC 생산공장을 신축한다고 밝혔다. 다수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만큼 중국 시장 내 전장용 MLCC 사업의 성장성이 클 것이라는 판단이다.

    더불어 부산에도 전장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하면서 전장용 MLCC 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점유율 한 자릿수에 불과한 전장용 MLCC를 강화해 무라타와의 격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삼성전기는 부산과 텐진에서 전장용 MLCC를 본격 공급하면 오는 2022년 전장용 MLCC에서도 글로벌 2위를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비(非) IT용 MLCC 비중을 지난해 30%에서 오는 2024년 5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다.

    다만 코로나 여파로 천진 공장의 양산 시점이 당초 계획보다 다소 지연되고 있다.

    삼성전기 측은 지난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코로나로 인한 중국 정부 정책 영향으로 천진 신공장 마무리 공사가 중단돼 설비 셋업 등 후속 일정도 지연 중"이라며 "당초 하반기 예정이었던 천진 신공장 가동 시점도 연기될 것으로 예상되며, 정확한 가동시기는 추후 시장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가 MLCC 시장에서 추가로 점유율을 높이려면 전장용 MLCC에서 입지를 올려야 한다"며 "MLCC 신공장이 당초 일정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천진 공장 가동시 전장용 MLCC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