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특례대출 시행, 서울‧경기도 9억원 이하 주택 매매 증가전문가 "가계대출 관리 위해 스트레스 DSR도 동시 시행해야"'정책금융' 청년에 몰빵… 형평성 논란, 세대별 주택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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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 연 1%대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 상품이 출시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의 9억원 이하 주택매수가 증가한 것으로 정책금융이 집값을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청년층에 집중된 저출생 극복을 위한 주거자금 정책에 치중하면서 기성세대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은행의 지난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5723억원으로 지난해 12월 말 692조4094억원과 비교해 16조1629억원 급증했다.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552조1526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22조원 넘게 뛰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올해 1월 말 출시 이후 5개월 만에 6조원의 신청이 몰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가 디딤돌‧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성 대출 공급,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 하락,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중심 주택 거래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 신생아 특례대출 조건 완화… 9억 이하 주택 매매 부채질

    무엇보다 신생아 특례대출이 가능한 9억원 이하 아파트 매매가 활발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매매 계약이 체결된 서울 9억원 이하 아파트 수는 2154건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이 시행 전인 1월 1416건에서 52%나 뛰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내에 출산한 가구에 최저 연 1.6%로 최대 5억원까지 가능하다. 주택 가격은 9억원, 면적은 전용 85㎡, 순자산 기준은 4억6900만원 이하여야 한다.

    하반기부터는 소득기준이 완화되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주택으로 수요가 쏠리는 분위기다.

    올해 하반기 중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기준은 기존 1억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대폭 완화되고, 내년부터는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소득 기준을 2억5000만원까지 완화하면서 사실상 소득 기준이 폐지된다.

    신생아 특례대출 대한 신청 기준 완화 등 저금리 정책성 대출이 주택 구입을 부추기고 금리 인하 기대감이 겹치면서 영끌족들의 매매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신생아 특례대출을 활용한 수도권 중심의 매수세가 점차 확대돼 경기지역 주택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가계대출 확대를 경고하면서도 정책금융 요건을 완화하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을 미루면서 부동산 가격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면서 “최근에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만큼 스트레스 DSR를 하루라도 빨리 도입해 가계부채 증가를 완충,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4050 세대 박탈감… 청년층만 수혜 보는 대출 봇물

    일각에서는 정부의 정책금융 혜택이 청년들에게 치중돼 있어 기성세대들이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분양 물량은 대부분 청년, 신혼부부에게 돌아가고 신생아 특례대출도 2년 이내 결혼과 출산을 해야 가능해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역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은행이 자체적으로 대출을 막을 수 없는 상품으로 정부에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 중 30대 비중은 33.8%로 신생아 특례대출 시행일(1월 29일) 이전인 1월의 30대 매수 비중(31.5%) 보다 2.3%포인트 더 높았다. 

    모든 정책에는 ‘반대 급부’가 있지만 특정 계층에 쏠린 정책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9월 정부가 50년 만기 주담대에 나이제한을 두려 했다가 중‧장년층의 반발을 샀던 점도 세대갈등을 부추겼다. 

    4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이미 아이를 양육 중인 경우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에서 제외되 상대적 박탈감이 있다”면서 “주택구입 이자부담은 아이 나이와 상관이 없는데 저출생 혜택이 신생아 출산 가구에 집중돼 소외당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무주택 중장년층을 비롯한 생애주기별‧세대별 부동산 지원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